가만히 듣기만 해도 어깨춤이 절로 나는 우리가락.

포항제철 광양제철소에는 우리 가락의 신명을 일터에 심기 위해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정열로 사물놀이패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물놀이 동호인 그룹 "정수배기"는 우리가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지난 90년, 학창시절 농악팀 상쇠였던 최금진(41.광양제철소 제선부주임)씨를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5명의 직원으로 창립된 "정수배기"회원들은 회사뿐만 아니라 광양 신공업
도시에 우리가락의 우수성을 심어주기 위해 퇴근후 북과 장고 징 꽹과리를
들고 사물놀이를 체득해 가고 있다.

그룹 결성후 처음 관객을 만난 행사가 제철소 공장단위 직원 및 가족
친선체육대회였다.

뛰고 달리는 사이사이 울려퍼진 풍물소리는 운동장 분위기를 압도했고,
이때부터 "정수배기"는 사내는 물론 지역행사의 단골 초청손님이 됐다.

"정수배기"의 활동상이 알려지자 직원들의 회원가입 신청이 쇄도해 지금은
35명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회사지원을 받아 소외계층과 인근 자매마을을 찾아 공연하며
고락을 나눌 때 더 신명나는 모습이다.

무의탁 노인회관 위문때는 회원 가족까지 함께 동행, 할머니 할아버지의
머리손질과 음식제공 등 봉사활동을 펼친다.

자녀들도 공연때마다 참가해 노래와 율동으로 다채로운 위문행사를 벌여
이젠 지역 노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스타"가 됐다.

정수배기 회원들이 가장 바쁜 달은 5월이다.

인근 지역의 경로잔치가 특히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원 봉사활동외에도 매년 사내 백운아트홀에서 지역주민 초청
국악한마당 행사와 광양시 국악협회와 공동으로 정기공연도 갖고 있다.

이런 점이 인정돼 지난해 5월 인근 지역청년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데
이어 회사가 직원들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 시상하는
지역봉사상 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수배기 회원들은 오늘도 정겨운 우리 가락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따스한 정을 나눠주고, 근로자들에게는 활력을 불어 넣어 온국민을 주눅들게
하는 IMF한파를 멀리 날려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