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취업난 속에서 별 장기가 없는 화이트칼라들에게 취업문은 더욱
더 좁은 바늘구멍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화이트칼라들이 재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직종이 있다.

바로 경리 무역 영업 등이다.

국내 최대의 취업알선망을 자랑하는 노동부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올들어 지난 3월말까지의 구인 구직 취업률 등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현상
이다.

"화이트칼라 취업 베스트 20" 가운데 꼽힌 업무는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은 것이 특징.

화이트칼라라도 아무런 특기가 없는 일반직 관리직 등 제너럴리스트
(Generalist)보다는 그나마 하나 정도는 내세울게 있는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가 실직한 뒤에도 유리하다는 반증이다.

베스트 20의 선정은 지난 1.4분기 3개월간 구직자들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비율인 취업률이 10%를 넘는 직종과 취업자 절대숫자가 많은 직종을 고려해
결정됐다.

베스트 20 가운데 1위는 경리사무원.

총 1만4천1백46명이 구직을 신청, 3천1백1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률은 22%.

적어도 구직자 5명 가운데 1명은 일자리를 찾은 셈이다.

경리직은 주로 여성들로서는 처음부터 아무나 할 수없는 비교적 전문직
이어서 취업이 용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위는 무역사무원.

고환율 시대에 수출이 활기를 띠고 동시에 기업에서도 이를 맡을 수출역군
이 많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 역시 신용장개설 등 수출입절차 무역영어등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한 직종이다.

무역사무원은 5천1백38명이 구직을 신청, 5백84명이 취업했다.

판매가 어려운 시기에는 영업을 강화하려는 기업이 늘게 마련.

이에따라 일반영업원에 대한 수요도 많았다.

모두 2천9백8명의 구직자 가운데 4백93명이 취직했다.

이번 베스트 20 조사중에서 특이한 것은 시장조사분석가가 취업률 89.7%로
대단히 유망한 업종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또 비서 안내사무원 전화교환원 등 고졸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업종의
취업률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보험영업원은 보험회사로서는 영업원 모집자체가 하나의 영업인 만큼
모집인원은 1천6백12명이나 됐으나 실제 취업한 사람은 22명에 불과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