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노동세력에 뿌리를 둔 민주노총 지도부의 자세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어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은 물론 국내기업과 국민 모두를 불안케
하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주 제2기 노사정위원회 불참 방침을 재확인했는가 하면
10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TV대화"에도 불참했다.

김대통령은 노사정위를 이달중순께 발족시킨다는 방침아래 지난 9일
김원기 국민회의 상임고문을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필요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지만 민노총이 끝까지 불참할 경우 위원회가 출범한다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노동부가 민주노총의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키로
함으로써 양자 관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노동부가 설명하고 있는 반려이유를 보면 민노총은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사항조차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산하조직에 법외단체가 가입돼 있고 임원진에는 조합원 자격도 없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는데다 서류하자 보완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니
도대체 상급노동단체로서의 합법적 지위를 획득할 생각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혹여 노사정위 불참 구실을 하나더 만들어내기 위해 반려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설립신고서를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민노총의 태도에서도 감지되듯이 확실히 요즘 노사현장의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듯하다.

노동쟁의가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
발생한 폭력시위를 계기로 노정갈등마저 불거져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대규모 노사분규의 진원지였던 대형 사업장에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블루칼라에 대한 정리해고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분규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뭐니뭐니 해도 노사관계는 경제회생의 가장 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연초의 벼랑끝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도, 또 이나마
산업평화가 유지되는 것도 제1차 노사정합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노사정위원회도 한계와 더불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본다.

제2기 위원회가 구성되면 대기업 구조조정과 대량해고 회피노력, 근로자의
고통분담문제와 실업대책 등에서 노사정이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1기 노사정위가 선언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면 지금은 1차
합의정신을 토대로 구체적 실천계획을 담은 2차 합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새 민노총 지도부는 조직내 강경파들의 주장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끝내 민노총이 대화를 거부한채 노사분규를 일으키고 실업자의 조직화
등으로 사회불안을 조장한다면 결과적으로 실업은 더 늘어나고 근로자들의
고통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될 뿐이다.

다시한번 민노총의 책임있는 자세와 합리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