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처리는 전적으로 채권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지난 8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김태동 청와대경제수석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같은날 오후 3시.

6명의 채권은행장들은 "사실상 협조융자"에 합의했다.

지난 7일 회의때만해도 은행장들은 협조융자불가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관계당국으로부터 "재고지침"이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중요한건 협조융자 결정 자체가 아니다.

정부와 은행들이 나라경제를 감안해 얼마든지 해줄수도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내부적으론 은행들의 의견을 깔아 뭉개면서도 겉으로는 "자율적 판단"을
외치는 이율배반적 태도다.

예는 얼마든지 많다.

최근 은행감독원은 9개 은행 여신담당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안건은 "부실판정위원회 설립문제".

은감원은 회의가 끝난뒤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들은 "구술지침"을 받아적은 메모지를 갖고
왔다.

대기업 부채비율을 2백%이내로 줄이라고 할때도 그랬다.

금감위는 그 같은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은행전무들이 받아든 "이헌재 위원장 어록"에는 2백%이내 축소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물론 정부당국의 고충을 이해못하는건 아니다.

은행을 통해서 기업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천명한 마당에 섣불리 나설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정부가 할 것은 과감히 하되 나머지는 아예 간섭을 말아야 한다.

겉으로만 자율을 외치는 신관치금융은 관치금융보다 더 나쁘다.

< 하영춘 기자.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