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시간의 틀 속에서 반복되는 생활의 지루함-.

도시 샐러리맨에게 조그만 여유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도시에서 벗어나 대자연속에 묻히고 싶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결국 다시 도시속으로 돌아와야 하는 우리는 아예 도시속에 친구를 만들어
놓았다.

이름하여 "서울볼링회".

"서울지역 로케트인"들은 금요일 저녁이면 서울 역삼동 상록회관 볼링장으로
모여든다.

서울볼링회에는 서울에 근무하는 1백30여 사원중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로 모르고 지내다가 볼링이라는 특유의 화합성으로 금방 친근한 사이가
된다.

매번 다른 사람과 한 팀이 되지만 스트라이크 때마다 힘차게 부딪치는
하이파이브속에 깊은 유대감이 형성된다.

일상의 언어로만 소통하던 우리에게 서로 부딪히는 손뼉은, 따뜻한
교감으로 단단히 묶어 주는 것이다.

우리 모임은 격주로 열린다.

시간을 맞추기 힘든 현대인들이고 보면, 격주로 만나는 것이 부담도 적고,
더욱 반갑게 느껴지기도 해 안성맞춤이다.

신입회원의 경우 상급 볼러에게서 개인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또 볼링을 같이 하다보면 친숙해져 회사에 흔히 있는 세대간 불신이나
직급간 불화 염려가 적어도 우리 모임에는 없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가입을 종용하는 회원도, 탈퇴를 막는 회원도 없다.

이런 자유로움이 회원간 소속의식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 같다.

때문에 서울볼링회는 우리 일상에서 긴장감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지도 모른다.

한 팀을 이룬 사람들이 서로를 응원하며, 승부를 유쾌하게 즐기는 것이다.

서울볼링회는 회원활동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회원에게 볼링장비를 구입해 주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장비를 마련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한 달에 1만원 꼴의 적은 회비이지만 이를 아껴 볼과 볼링화가 없는
회원에게 장비 구입때 50%를 보조함으로써 환영을 받았다.

게임후 갖는 저녁회식은 만남의 장소다.

팀으로 어울리던 회원이 이제는 한 무리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다진다.

명실공히 진짜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되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