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4개월만에 다시 4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4일 전날에 비해 14.37포인트 떨어진 391.80을
기록했는데 단기적으로 350선, 최악의 경우에는 30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선 수급사정을 보면 수요측면에서는 올해초 4조원대이던 고객예탁금이
지난 2일 현재 2조4백96억원으로 2조원대에서 간신히 턱걸이를 하고 있다.

반면 공급측면은 유상증자 예상물량만 5월 1조1천3백44억원, 6월 1조6천
1백82억원으로 심각한 수급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어 주가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조달은 더욱 힘들어지고 시중금리의
하향안정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주가폭락을 걱정하는 더 큰 이유는 최근의 증시침체가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및 노사갈등의 증폭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하락을
반영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5월1일 있었던 과격시위뒤의 주가급락이 단적인 예다.

우리가 겉으로 드러난 증시수급 그 자체보다는 기업자금사정 금융시장변화
국내외경제동향 등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에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국내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 주식매수세가 지난 2월 2조1천8백억원의
순매수에서 지난달에는 1천1백73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든 원인으로 다음
몇가지가 꼽힌다.

우선 외국인들이 관심있던 우량주식들을 그동안 장내에서 충분히 매수했기
때문이다.

자산규모 기준으로 은행을 제외한 30대 상장사중 지난달말 현재 외국인
지분이 30%를 상회하는 기업수가 9개사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다른 이유로 올초 한때 달러당 1천7백원을 넘었던 원화환율이 최근
1천3백20원대로 빠르게 안정됨에 따라 환차익을 노린 외자유입이 주춤해졌고
시세차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매도세가 활발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시중에 널리 퍼진 6월 대란설, 제2 환란설 등은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며 근로자의 날에 터진 일부 노동자와 학생들의 불법과격시위는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게다가 신용평가기관인 S&P사가 노동계의 반발은 한국의 신용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자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주 파리에서 열린 OECD 각료이사회와 제네바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
에서도 한국이 경제개혁 및 구조조정에 성공하려면 노사안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는 사실은 우리경제를 보는 국내외의 공통된 시각을 확인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전후사정을 잘 헤아려 구조조정 및 노사안정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