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기업의 창업및 육성을 위해 올해 4천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최근 지원대상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첫 단추는 꿴 셈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정부 업계의 전문가들을 초청, 바람직한 벤처산업
육성방안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서울대 이준식교수, 벤처캐피털협회 유만조부회장(장은창업투자사장),
중소기업청 정기수 벤처기업국장, (주)휴맥스 변대규사장(사진 왼쪽부터)이
토론에 참석했다.

이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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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국장 =정부도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인식,육성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IBRD)자금중 3천억원을 신규 벤처기업 육성에, 1천억원은
기존기업의 벤처화에 투입키로 결정한 것은 벤처가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수 있다고 보기때문입니다.

실제 벤처기업의 성장률은 일반기업보다 2~3배 높은편 입니다.

<>변대규 사장 =정부가 벤처육성에 나선 것은 창업 분위기를 북돋는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원정책이 창업을 촉진 시킬수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생겨 날 수 있어요.

대상 기업을 정확히 발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평가를 철저히 해야합니다.

<>정 국장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금지원을 단계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한번에 다 주는게 아니라 사업의 진척 상황을 보아가며 자금을 지원한다는
얘기지요.

지원받는 업체를 사후관리 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창업자금 지원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기업에는 자금을 회수하고
지원을 중단할 것입니다.

<>유만조 부회장 =벤처산업이 육성되려면 정부의 자금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국경제를 성장 가도에 올려 놓은 벤처기업을 창업한 주역들은
미항공우주국(NASA)출신들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나사가 조직을 축소, 7만여명의 전문인력이 쏟아져 나왔고 이들이
실리콘밸리를 세계 최대의 벤처단지로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자금지원과 가이드라인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벤처 역군은 대기업에서 나올 겁니다.

정리해고등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대기업에서 훈련된 인력들이 시장에
나와 아이디어 맨들과"짝짓기"를 할 때 한국의 벤처산업도 육성될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망할 곳은 빨리 망해야 합니다.

정부가 이들까지 지원해서는 안됩니다.

<>변 사장 =한국에서 벤처산업이 성공하려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합니다.

미국의 벤처기업과 같은 분야에서 경쟁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은 아이디어를 내는쪽에서 이미 앞서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든 기술사양에 맞춰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마진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는 낮지만 단순 조립생산보다는 높습니다.

한국의 벤처산업이 추구해야 할 영역은 바로 그런 분야입니다.

<>이 교수 =벤처기업이 자생력을 가질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언제든지 골라 쓸수 있고 벤처투자를
받기도 쉽습니다.

특히 실패자에게도 재도전할 기회가 제공됩니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창업자 대부분은 한번 이상 실패한 경험을
갖고있습니다.

한번 망하면 신용이 추락,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운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이나 독일이 벤처육성에 힘쓰고 있지만 사실상 실패한 것은 이같은
벤처문화를 일구지 못했기때문입니다.

<>정 국장=벤처기업의 시간과 자금의 낭비를 줄이기위한 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할 생각합니다.

연말부터 인터넷에 운영될 벤처넷은 벤처관련 모든 기관의 정보망을
연결하게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벤처기업인들 스스로도 경영방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대체적으로 경영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출자받기보다
차입을 선호하는 배타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유 부회장 =벤처기업인들이 변신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인들의 경영행태를 보면 일반기업 경영자와 다를바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벤처자금이 투자되면 우선 인력부터 늘리고 차량구입 등에 신경씁니다.

계열사를 만들고 상호지보까지 합니다.

올해초 부도난 한 벤처기업은 작년말 3~4개 창투사를 통해 증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영자가 부도날것을 예감하고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사람이 벤처기업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 교수=기존 기업의 연쇄부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벤처육성만을
강조하는 정책은 기존 기업으로 하여금 소외감을 갖게 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요.

<>정 국장=한국경제는 기술수준이 높은 산업구조로 개편해야 합니다.

이를위해 벤처산업 육성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고 벤처기업만을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일반기업과 지원내용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벤처단지를 건립할때 도움을 주거나 주식분할 발행등 특정부문에서만
벤처기업이 혜택을 입을 뿐 대부분의 지원책이 일반기업에도 적용됩니다.

이번에 자금이 지원되는 대상도 벤처육성법에 제시된 벤처기업에 한정돼
있지 않습니다.

<>이 교수=벤처기업 육성은 고용효과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뉴딜정책 같은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변 사장=벤처산업 육성과 실업문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벤처기업은 "머리 좋은 소수"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벤처기업의 창업에 따른 고용효과는 부수적인 효과일뿐 입니다.

한국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는 실업문제 해결보다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에 둬야 합니다.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고용효과가 없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정리=오광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