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봉 <연세대 의대 교수/정신과>

IMF는 우리에게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관리든 기업가든 근로자든 간에 모두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변화는 일종의 과정이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사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하고
발달한다.

따라서 변화는 정상적인 과정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상황을 바꾸기 어려울 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뿐이다.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할 것이냐,부정적으로 할 것이냐"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의 차이가 나중에 그 결과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점이다.

셋째 변화는 위기이면서 우리를 정신적으로 더 클수 있게 해주는
촉진제역할을 한다.

어린애가 몸이 아프고 난 후에 더 재롱이 늘듯이, 어른들도 한바탕 가혹한
시련을 경험한 후에야 자신의 안을 들여다 보면서 정신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IMF는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한편 우리가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변화를 자신에게 짐이 된다기보다는 도전으로 인식하자.

급격한 변화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스트레스가 될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일종의 도전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도전은 나중에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긍정적 효과가 강하다.

또한 이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자각은 우리가 살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강한 동기를 제공해 준다.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여자들 중에서 "죽고싶다"고 하면서도 "차마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죽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된다.

바로 자신이 앞으로 뭔가 더 할 일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삶의
의지가 더욱 더 강해지는 법이다.

긍정적 변화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도록 하자. "난 할수 있다"는 이 평범한 말 한마디가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하더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절망은
없다.

나치 수용소에서 죽음을 앞둔 유태인들 중 나중에 생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때때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그러다 보면 자신의 처지는 그다지 비관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 기업가는 새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경기불황으로 사업이 안돼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하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불안하여 밤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숨이 가쁘고 입맛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문병하러 갔을 때 그는 다리가
잘렸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고 웃었다.

그 친구를 보고나니 자신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남과 차이를 만들어내자.

이제는 빌 게이츠와 같이 개성이 톡톡 튀는 사람만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개인의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집단화보다는 개인화를 강조하고 이를 배양하기 위해 생각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더욱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한때 대기업들은 소속 직원들을 "<><>가족"이란 이름하에 일체감을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직장은 더이상 평생직장이 아니다.

그리고 더이상 연공서열에 의해서 직급이 결정되는 시대도 지나갔다.

나이가 더 많다거나 입사를 먼저 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승진되고
봉급이 인상되는 것은 옛날 일이다.

당연히 학벌 혈연 지연도 과거처럼 활개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고 변화를 즐기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가든 근로자든 생각하는 틀을 크게 바꾸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