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때문에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전 아르헨티나에는 물난리가, 이스라엘에는 때아닌 폭설이 왔다.

인도네시아는 이태째 가뭄이 계속되고 미국서는 대형회오리바람인
토네이도가 몇개주에서 주민을 긴장시켰다.

경남 하동에선 우박으로 농작물 피해가 컸다.

남극서는 2백만평방km규모의 얼음덩이가 녹아 쪼개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전세계 평균기온이 지난 2월 정상보다 섭씨 0.75도
높았다고 최근 밝혔다.

1856년 지구 기온기록이 시작된 이래 2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란다.

80년이후 지구온도가 섭씨 0.5도가량 높아졌다고 알려져 왔으나 올해는
유난히 봄이 빨리온 것을 실감한다.

지구 온도상승 속도가 더 빨라진게 아닌지 궁금하다.

경남 거제에서는 평년에 비해 개구리가 36일이나 일찍 겨울잠을 깨고 지난
2월 나왔다.

부산에서는 진달래꽃이 15일이나 빠른 3월15일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개나리 목련도 자태를 일찍 드러냈다.

4월말이나 5월에 피는 철쭉 연산홍 등도 벌써 보인다.

남쪽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오는 제비도 20일가량 빨리 돌아왔다.

뻐꾸기소리 종달새울음도 작년보다 일찍 들었다.

꽃때문인지 나비도 때이르게 나왔다.

봄이 빠른 탓일까, 여름 또한 빨리 온 것 같다.

4월도 아직 여러날 남아있건만 지난 주말 대부분의 지방에서 섭씨 25도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일요일 경남 거창은 섭씨 28.5도의 여름 날씨였다.

기상청은 엘니뇨영향을 받아 북태평양고기압이 때이르게 북상한 때문에
더운 날씨가 여러날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변화로 "4월 여름"이 온 모양이다.

천문학적으로 여름은 하지에서 추분까지다.

기상학적으로는 보통 6,7,8월을 꼽는다.

24절기상으로는 입하(5월6일께)에서 입추(8월8일께)까지를 여름으로 본다.

어느 기준으로 봐도 4월 여름은 낯설다.

아무튼 올여름은 유달리 길고 무덥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 농경문화로 인해 우리 선조들은 여름을 일하는 계절로 인식해 왔다.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는 속담이 있다.

IMF시대에 더욱 부지런히 일 많이 하라고 우리에게 여름이 일찍 온 것일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