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SK텔레콤의 정기주주총회는 외국인 주주의 첫 경영간섭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 등 외국계 4개 펀드가 SK텔레콤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섰던 것이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란 특정 주주가 다른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대신해서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권을 방어하거나 인수하기 위한 일종의 연합작전이다.

대림통상도 소액주주인 백광훈씨와 경영진측이 서로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위임장대결(Proxy Fight)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위임장대결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신한종금의 경영권
분쟁에서였다.

이번 SK텔레콤의 경우는 본격적인 위임장대결로까지 확대되진 않았다.

회사측이 주총에 앞서 외국인과 참여연대등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전폭
수용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와 신경전을 벌여봐야 얻을 것이 별로 없는데다 부당내부거래와
주식무상증여등 회사측의 약점이 소액주주의 요구를 선선히 받아들이게
했다.

결국 타이거펀드 등 국내외 소액주주들은 3명의 사외이사중 2명의 선임권을
얻어냈다.

게다가 1백억원이상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때 사외이사 과반수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한마디로 소액주주의 권한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타이거펀드 등 외국인 주주들은 처음부터 경영권엔 뜻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불투명한 경영관행에 처음으로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경영투명성이나 부실경영등을 이유로 SK텔레콤과 유사한 사례들이
빈번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태호 대우경제연구소 상무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는 경영권
획득수단이기도 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소액주주의 견제수단"이라며 "이를
활용하려는 외국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박영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