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흥행영화)의 대명사 "투캅스" 3편이 주말 개봉된다.

새 영화가 "속편의 흥행은 원작의 절반"이라는 징크스를 깨고 전편의
명성을 이어갈지가 관심사다.

흥행사 강우석 감독이 94년 만들었던 "원조 투캅스"는 그해 서울에서만
8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흥행작이 됐다.

2편(96년)의 관람객도 70만명으로 원작에 못지않았다.

새 영화 역시 철저히 흥행 위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작이 전편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투캅스3"에서도 신참과 고참,두명의 형사가 오해와 갈등을 겪은 끝에 힘을
합쳐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전편의 기본골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이번엔 여형사가 주인공이다.

96미스코리아 출신 권민중이 신참 최형사역을 맡았다.

"폼나서 경찰이 됐다"는 2편의 신세대 형사 김보성은 여형사를 쫓아내는
고참역할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상진은 1, 2편을 만든 강우석의 조감독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3편에서도 스승이 보여준 흥행공식을 충실히 재현한다.

출세에 눈먼 상관이 등장하고 앵벌이 강간범 조직폭력배등 "멍청한"
범죄자들이 판을 친다.

강력계 형사 이야기인 만큼 액션신도 가득하다.

18억원의 제작비중 군산항에서 찍은 마지막 대결장면에 1억원을
쏟아부었다는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목욕장면과 꿈속 정사신 등을 통해 여주인공의 육감적인 몸매를 보여주는
서비스도 있다.

그렇지만 3편은 흥행면에서 여러가지 불리한 점을 안고 출발했다.

우선 배우의 지명도가 낮아 그만큼 흡인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편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핸디캡도 작용했다.

김감독에게 스승의 명성을 지켜야 한다는게 지나친 부담이 됐던 것일까.

영화 곳곳엔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배여있다.

문제는 웃기는 방법이다.

원작은 "경찰도 나쁜 짓을 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금기를 깨는
파격적인 발상으로 엉뚱하게도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와 해학을 얻었다.

안성기와 박중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배우의 연기력이 정통코미디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3편은 오히려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다.

짐 캐리류의 표정연기와 말꼬리잡기, 개연성을 무시하는 상황설정 등이
남발된다.

그리고 일그러진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깡패수업"에서 보여주었던 김감독의 이야기 풀어가는 능력이 오히려
무뎌진 느낌이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흥행"이란 족쇄에 얽매여 코미디와 멜로 사이를
방황해 왔다.

"투캅스3"의 성공여부는 "코미디의 관객층"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한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