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욱 < 한국컴팩컴퓨터 사장 >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낯선 나라에서 온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안목을 넓혀가는 일은 커다란 성취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간 수차례의 실수에서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어려운 거래를 매듭짓고 난 뒤 현지인들과 가진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국 정부관리와 협력업체 사장단까지 50여명의 VIP가 9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파티 주최자인 내가 모든 참석자들과 한 번씩 술잔을 나눠야 한다는
현지법인 직원의 귀띔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중국산 술을 소주잔보다 작은
잔으로 주고 받으며 아홉 테이블을 돌았다.

원래 술이 약한 내가 한숨 돌리며 자리에 앉자, 다시 한 사람씩 내게 다가와
커다란 와인 잔에 가득 따른 답례주를 권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중국식 음주문화에 호되게 당한 나는 그 다음에 광동지역에서
비슷한 자리가 생기자 먼저 선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예 처음부터 도수 높은 중국술을 모든 참석자들에게 커다란 맥주잔으로
돌려 버렸다.

그런데 술잔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나는 중국에서도 북쪽과 남쪽의 음주문화가 전혀 딴판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광동성 일대의 남쪽 지방에서는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도수 높은 중국 본토 술은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했던 것이 실수였다.

그 후 한참동안 나는 이 해프닝이 비즈니스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나 하고
걱정했었다.

이처럼 외국인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때 그 사람과 그 나라의 기본적인
정서를 미리 숙지해 두는 것은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할 정도로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며,
문화간의 차이와 그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