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단일통화 출범을 9개월 앞두고 일부 유러화 동전의 디자인
변경이 불가피한 것으로 밝혀져 유러화폐 발행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문제의 주화는 20센트와 50센트짜리.크기와 모양이 비슷해 각종 자동판매기
의 전자센서가 이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표면도안자체는 시각장애인이 동전을 만져서 차이를 알 수 있도록 뚜렷하게
구별되어 있다.

그러나 동전의 크기,모양,재료의 전도성을 구분해 감지하는 전자센서에는
이 두가지가 같은 종류의 동전으로 판독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20센트 주화의 합금밀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유러주화는 동(동)과 니켈의 합금을 재료로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경보호 의식이 강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이에 강력히 반대해
20센트짜리는 북유럽식의 동합금(Copper Alloy)으로, 50센트짜리는 남부식의
동과 니켈로 결정됐다.

그러다보니 20센트짜리에 쓰인 동합금의 밀도가 50센트짜리 동.니켈
합금보다 낮게 돼 유러단일통화지침에 규정된 동전 중량요건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

결국 무게를 늘리기 위해 20센트짜리를 보다 두껍게 제작하게 됐고 이것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것이다.

현재의 사양대로 동전을 주조할 경우 공중전화, 주차측정기, 지하철
티켓발권기 등 유럽 전역에 깔려있는 7백만대의 자동판매기가 동전을 식별할
수 없게 된다.

유럽 자판기 제조협회(EVA)측은 당장 올해말부터 7백60억개의 동전 주조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시급히 동전사양을 바꾸어야 한다고 EU 집행부측
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그많은 동전을 제시간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유러동전은 지폐가 정착되는 오는 2002년부터 실제 사용될 예정이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