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 샤넬(1883~1971)은 1910년 모자디자이너로 출발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샤넬은 간단하고 입기 편한 옷을 내놔 여성들을 답답한
코르셋과 장식적인 옷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샤넬이 강조한 것은 실용성과 기능성이었다.

여성복 소재로 신축성있는 저지를 처음 사용한 것이나 무릎길이의
스커트를 내놓은 것은 그같은 패션철학을 잘 보여준다.

샤넬은 당시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소비자의 잠재욕구를 잘 파악했음에
틀림없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고 싶어하는지를 재빨리
터득, 여성적이면서도 활동하기 좋은 디자인을 내놓음으로써 패션사에 큰
획을 그은 셈이다.

휴대폰포켓바지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새로운 상품이란 언제나 세상의
흐름을 남보다 먼저 감지하는데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휴대폰포켓바지란 오른쪽 뒷주머니 위에 휴대폰을 넣는 주머니를 단
바지로 현재 실용신안 특허 출원중이라고 한다.

98년 1월말 7백만명을 넘은 뒤 한달에 50만명씩 늘어나 3월말 현재
8백10만명에 이른 휴대폰가입자를 겨냥한 신종 패션상품인 셈이다.

IMF시대를 맞아 소비가 줄어들면서 틈새시장을 겨냥한 아이디어상품은
물론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옵션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의 옵션품목이 홈오토메이션장치나 주방가구에서 마감재 발코니
새시 등으로 많아지더니 주방과 욕실의 위치도 바꿀 수 있는 가변형아파트
까지 개발됐다.

물과 얼음을 밖에서 꺼낼 수 있도록 한 디스펜서장치와 홈바를 옵션으로
한국산 냉장고도 나타났다.

잘못 누른 층을 없앨 수 있는 취소버튼을 기본사양으로 부착한
엘리베이터도 생긴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유행하는 상품이 아니면 구입하기 힘든 세상을 살아왔다.

맘보구두가 유행할 때 평범한 구두를 사려면 재고매장에 가야 했다.

넥타이가 넓어지면 좁은 넥타이는 구경하기도 어려워진다.

작은 변화, 소수의 욕구에 주목할 때 시장의 문은 열린다.

IMF가 유연한 발상과 소비자의 다양한 필요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이다.

"악마도 병들면 성자가 될 수 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 새롭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