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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대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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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사면제도는 그 뿌리가 깊다.

    일찍이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도 사면제도는 엄존했다.

    사면권은 국왕의 고유한 특권이었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670년에 내린 대사령은 남의 곡식을 꾸어다
    먹고 갚지 않은 자들의 죄까지 면죄해준 최대규모의 특사로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에서는 임금의 즉위나 결혼 세자책봉 원자탄생 등 왕가의 경사나
    가뭄 홍수 등 천재지변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왕이 대사령을 내려 죄인들을
    옥에서 풀어주었다.

    특히 새왕의 즉위식에서 발표하는 교서는 한결같이 사면을 선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반역죄 직계존속살인구타죄 독살죄 강도죄를 범한 죄인을 제외한 모든
    죄인을 수배중이거나 이미 형이 확정되었거나를 가리지않고 모두 용서한다는
    내용이다.

    단 한사람의 억울한 이가 있어도 자연의 조화가 깨져 군왕의 덕이
    손상된다는 동양사상에서 유래한 것이 사면이었다.

    그야말로 국민의 화합을 중시한 데서 나온 제도다.

    그러나 왕조시대의 사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을 은사니 은전이니 부르는
    것에서도 알수 있듯 왕의 공적특권에서 사적 특권으로 변질돼 간다.

    조선조 태종에게 "임금이 백성의 이익을 박탈한다"고 직언하는 상소를
    올렸던 방문중이라는 선비는 관노가 됐다가 37년만인 단종때 겨우 복권됐다.

    또 단종은 서인으로 강봉됐다가 2백41년만인 숙종때 복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면권자에게 잘못보이면 사후에도 복권되지 않는 경우도 셀수없이 많았다.

    정부가 김대중 대통령 취임을 맞아 5백52만7천3백27명이나 되는 대사면을
    단행했다.

    음주운전 속도위반 등으로 벌점을 받은 5백32만여명의 교통법규위반자와
    16만6천여명의 징계공무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예나 지금이나 사면의 명분은 역시 "국민대화합"이다.

    그러나 이번 대사면은 왠지 "은사"의 색채가 더 짙어 보인다.

    화해는 진실과의 화해여야 하고 화합도 법질서를 준수하는 사람들과의
    화합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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