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가 중년 가장들의 자살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난을 비관한 50대 가장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지난달말 도쿄 서부의 한 호텔에선 중소기업 경영인 3명이 함께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소규모 자동차 부품회사를 꾸려오던 이들은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동반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이같은 자살사건이 이어지면서 "중년 자살 증후군"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사실 90년대초부터 거품경기가 꺼지면서 일본의 자살률은 꾸준히 치솟아
왔다.

지난 96년만해도 기업체 임원들의 자살사례는 전년보다 16%가 늘어난
4백87건.

이중에서도 특히 50대의 자살비율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50대 가장들이 경기불황으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직장내에서 우선 정리대상이 되면서 점차
일자리가 없는 세대로 밀려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자니 겁나고 그렇다고 선뜻 포기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처지가 된 것.

결국 심리적 갈등에 빠지고 급기야 자살을 선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어서 "중년 가장의 죽음"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연쇄 부도와 정리해고가 몰아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남의 얘기만도 아닌 일이다.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