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모 < 한국전략경영컨설팅 회장 >

사외이사제가 대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제출한 30대기업 구조조정안에 사외이사 선임이 포함되어 있으며,
증권거래소는 유가증권 상장규정을 개정하여 사외이사 선임을 상장요건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의 오너중심 경영구조는 많은 문제가 있었으며
불공정한 내부거래, 외형위주의 중복 과잉투자 및 핵심역량을 무시한 사업
확장 등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심각한 경쟁력저하를 가져왔고 도산이
잇따르게 되었다.

대기업 도산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증가하였고, 금융기관의 무책임
하고 방만한 경영과 정부의 관리능력부족이 IMF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제 대기업의 사외이사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투명성결여로 인한 국제적인 신인도 추락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경영의 투명성제고와 기업의 장기발전을 위하여 사외이사제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사외이사제를 도입함에 있어 다음의 몇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사회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기구이며 감독기관이다.

이와같이 중요한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너경영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다.

회장인 오너가 이사회의 권능을 인정하지 않고 이사회에 잘 참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에서 결의된 것도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등 독단적인
경영을 해왔다.

오너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구성원인 대표이사와 이사들의 책임 또한 크다.

이사회의 기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소신과 열의를 갖고 이사회운영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토론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안건에 대한 충분한 토의가
잘 되지 않는다.

자기 소관 안건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
이니 듣기 싫은 말은 안하게 된다.

대표이사는 이사회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사회가 활성화
되어야 사외이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초 어떤 그룹에서 사외이사제를 도입한다고 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관심이 많은 사항이어서 1년이 지난후 알아보니 계열 몇개사에서 회사별로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였고, 2개월에 한번씩 이사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자율적으로 시행한 것이지만 이사수와 이사회 참석횟수가 문제라고 본다.

사외이사제의 적극적인 도입과 정착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몇가지
들어보면 첫째 사외이사수를 몇명으로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다.

사외이사제도가 가장 잘 발달한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는 총이사수의
2분의1 이상이 일반적이며 3분의2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사외이사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3분의1
이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이사회는 월 1회 이상 개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업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사외이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사회와는 별도로 사내이사들만의 회의는 경영회의 또는 상근임원회의로서
필요에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어떤 사람을 선임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사외이사선임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대주주의 권한에 속하나
소주주의 입장을 고려하여야 한다.

외부이사제 도입의 취지가 경영 투명성제고와 경영감독기능이라고 볼때
이에 합당한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학교수 법률전문가 환경전문가 또는 그 업종에 경험이 많은 사람중에서
선임하게 될 것이고, 최고경영자에게 조언하고 지원하지만 때로는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소신있고 덕망있는 사람이 좋을 것이다.

넷째 사외이사의 보수를 신중히 고려하여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열성적으로 이사회에 참석하여 역할을 하도록 하려면
최소한 기회비용을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들의 보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평균
3만3천달러 정도라고 한다.

사외이사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사회 각 부문이 많이 달라졌으나 경영구조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고 경쟁력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모색하여야 할 때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전자업체인 소니가 경영구조 개혁을 위하여 사외이사제를
과감히 도입한후 활력이 넘치고 흑자전환되어 고수익을 올리고 있음은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경영의 투명성제고는 IMF사태 극복을 위한 시급한 과제다.

사외이사제를 능동적으로 도입하여 이사회중심의 열린 경영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오너 경영자의 의식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