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호 < 한국산업단지공단 상무 >

조금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올 상반기중 단기 대외채무가 중장기의
안정적인 채무구조로 전환되어 국제수지의 원활한 조정을 위한 대외
국가신용도가 높아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 이후에는 엄청나게 불어난 대외 채무를 어떻게 상환해나갈
것인가.

정부지출억제 소비감축 등 내핍경제의 운용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폭을
경감하거나 예산의 소규모 흑자운영과 같은 방어적 정책수단만으로는 이같은
대외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이러한 거시적 시각의 정책보다는 미시적 시각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s)으로서 실물생산력과 외화가득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조업중흥 프로그램 수립과 실천이 보다 적극적이고 본원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되짚어 보건대 지난 연대 선진 고소득국가는 대부분 선진공업국이었다.

특히 일본 서독 등은 공업생산액이 국내총생산(GDP)의 30%정도에 이르러
제조업이 성장의 견인차였다.

현재도 이들 주요 선진국의 공업생산력은 경제의 소프트화에 다소 영향을
받고 있으나 국가 총생산력의 25%정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개발연대 우리나라도 이들 선진국과 같이 지속적인 공업화가
고도성장이라는 결실을 가져오게 한 원동력이었다.

80년대 중반까지 공업생산력은 국가총생산력의 32%로 확대되는 등 견실한
선진형 경제구조를 실현해 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들어 안으로는 생산비용면에서 높은 임금 금리및 지가,
판매수익면에서는 낮은 부가가치와 외화가득 등이 고비용-저효율을 초래하여
제조업의 성장을 둔화시켜 왔다.

밖으로는 WTO체제 도래와 OECD가입에 따른 개도국 졸업, 시장개방및
개도국과의 경쟁심화 등 난제가 급습해옴으로써 우리 경제와 산업은 냉엄한
구조조정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하지만 90년대 내내 이러한 구조조정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한 기본적인
방향설정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완성하지 못한 채 외형성장의 그늘에 가려
공업생산력의 상대적 저하(GDP의 22%)와 소비성 서비스산업의
이상비대화라는 불건전한 국가생산구조로 변경,고착화되어왔다.

마침내 우리 경제는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구제금융조건으로
재정긴축 통화긴축 기업조정 금융산업조정 시장개방 등 일련의 경제정책
의무를 부과받게 되었다.

우선 제조업 전반의 IMF 영향을 보면,시장경제원리 강조로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보조가 불가능해지고,금융시스템의 투명화및 건전화과정에서
대출회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업의 대량 부도사태가 예상된다.

또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전자 자동차 등 주력사업은 내수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업종별로는 원화절하로 가격경쟁력이 회복되면서 반도체 전자 조선 등
대부분의 제조업은 수출여건이 호전될 것이다.

그러나 경기후퇴와 내수침체로 기계 자동차 가전 식품 등은 생산의
둔화내지 정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조선 철강 유화 화섬 등은 자금난과 금융비용부담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화차입비중이 높은 반도체 전자 철강 등은 환율급등에 따른 막대한
환차손이 경영에 커다란 부담요인이 될 것이다.

종합컨대 IMF 사태하에서 모든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단기유동성 확보에 이어 막대한 대외채무 변제능력에
비상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금후 IMF경제의 극복은 제조업의 생산및 수출증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하며, 정책방향을 다음과 같이 예시할수 있다.

첫째 금후 산업정책 기조는 업종별 정책보다 개별기업의 경영성과와
유망성이 중시되는 기업정책의 유효성에 두어야 하며, 개편되는
금융시스템과의 연계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 수출 제조기업의 자금흐름이 원활해지도록 정부는 금융기관과의 협조
아래 기업자금 저수지(reservoir)관리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셋째 IMF 프로그램하에서 외자유인을 위해 어쩔수 없이 높아진 금리는
차입비중이 높은 우리제조업의 재무구조특성을 감안, 빠른 시간안에
낮아질수 있어야 한다.

넷째 WTO체제하에 유효한 허용보조금인 기술및 인력개발, 지역개발및
산업입지, 산업기반시설 부문에 대해 정책자금을 최대한 공급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산업의 첨단화 소프트화 정보화에 대응, 첨단 벤처 등 기술지식
집약적 기업의 창업과 육성에 최대한의 정책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