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가까이 끌어오던 다우코닝사의 대한직접투자계획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 없었던 일로 끝나고 만 것은 우리에게 아쉬움 이상으로 많은
반성을 하게 한다.

한시라도 빨리 외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외국기업의 직접투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투자유치에 실패하게 됐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한마디로 우리가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준비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투자여건은 복잡한 법률규정과 폐쇄적인
시장구조, 뿌리깊은 부처이기주의와 관료들의 고압적인 대응, 국제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땅값과 임금, 경직된 노동시장 등 때문에 나쁘기로
소문이 났었다.

우리는 먼저 관계부처의 늑장대응과 일관성없는 정책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최대의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는 2020년까지 모두 28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건설할 아시아지역의 공장후보지로 중국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새만금 간척지구를 꼽고 지난 96년 2월 우리정부와 교섭을
시작했다.

당시 다우코닝사는 전북 새만금지구중 공장건설후보지역의 매립사업을
서둘러 완공해주고 전용부두건설을 지원해주며 도로 용수 전력 등 기반
시설을 조성해줄 것 등을 요구했는데 농림부 해양수산부 재정경제원 등은
기존의 간척계획 및 재정형편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해 진전이 없었다.

결국 관계부처들은 이달초 다우코닝이 추가로 요구해온 법인세 관세 등
세제혜택까지도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적극 검토하고 전북
새만금지구를 새로 설치되는 외국인투자 자유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임을
통보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특히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지난해말 대통령선거의 당락이 결정된뒤 1년이
훨씬 넘도록 이견을 보여온 관계부처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일관성없고 무책임한 행정아래에서 외국기업으로서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투자를 안심하고 결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관련 부처
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밖에도 우리나라의 투자여건은 기본적으로 경쟁국에 비해 나쁜 것이
사실이다.

다우코닝측이 공장건설지역으로 결정한 말레이시아는 후보지부근에 이미
화학공업단지가 조성돼 있는데다 부존자원인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소가동
으로 전기료도 싸고 공장부지도 평당 13만원선으로 우리보다 여러모로 유리
하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는 일찌감치 공단 임대료 인하는 물론 원부자재 도입시
관세감면 법인세율 인하 등 갖가지 혜택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공장부지값을 절반으로 깎아줘도 평당 50만원이나 되고
세제나 공공요금 행정절차 어느것 하나 내세울게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아직도 외국인에 배타적인 국민감정이 남아있고
거주여건이 좋은 수도권은 아예 대규모 공장설립이 불가능한 점 등 여러모로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