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 노동부장관 >

세계 유수은행인 스위스의 유니온뱅크는 수년전 세계 19개국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의 미래(2005-2010년) 경쟁력이 1위로 평가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축률과 취학률이 매우 높은데다 물적자원과 인적자원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IMF체제하에서 외환위기와 경제불황으로 큰 진통을
겪고 있다.

기업이 도산이나 폐업 위기에 몰리고 많은 근로자들이 실직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40대 이후의 실업은 근로자 본인은 물론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근로자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고
실업기간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의 직업능력개발훈련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고용이 불안정한 재직자와 실업자가 원하는 직업훈련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훈련대책을 확립하는 일이 매우 긴요하다.

직업교육훈련은 급격하게 이뤄지는 고용조정에 개인이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핵심수단이며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장관은 클린턴정부 초창기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인력개발 투자를 대폭 늘려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런 취지에서 미국은 90년대초 "신인력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오늘날
호황을 누리고 있다.

흔히 위기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을 혁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용기를 갖고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여 튼튼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불합리와 거품을 제거하고 의식과 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개혁작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또한 범국민적 금모으기운동으로 우리의 단합된 저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질적인 학력 중시 풍토가 점차 능력과 기술을 존중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가령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직업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직업훈련기관을 찾는
예가 예년의 4-5배 수준으로 늘고 있다.

고학력자라도 필요하면 자신의 취업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기관을 찾고
힘들고 어려운 일도 기꺼이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부는 최근 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의 평생능력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며 특히 실직자들의 재취업촉진과 고용안정을 위한
직업훈련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보호망도 확충했다.

국민 모두 자기의 능력을 키우면서 현재의 시련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
한다면 우리는 분명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각자가 지식과 기술과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직업교육훈련 직업능력개발에
매진할 때 고용안정은 물론 실업의 공포에서도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확신을 갖고 능력개발에 매진한다면 우리는 시련을 극복하고
유니온뱅크의 예측대로 밝은 미래를 맞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