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하게 돌아가던 아시아의 외환위기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고용안정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예외지만 한국, 태국 등은 일단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자 관심의 촛점이 이들 국가의
고용안정 문제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세계최대의 노조연맹인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ICFTU)은 오는
10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지역 회원 노동조합회의를 열어 이 지역의 외환
위기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과 그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연맹의 수석 경제연구원 스티븐 퍼시는 "그동안은 아시아 국가들이
처한 재정.금융위기가 주된 관심사였지만 지금부터는 그 사회적 파장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며 "사회적 불안의 확산을 막기 위해 근로자들의
고통을 경감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CFTU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아시아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부터 지원받는 구제금융의 일부를 실직한 근로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며
이번 회의에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를 초청, 그 실천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울펜손 총재도 아시아 위기가 발생한 이후 줄곧 자신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은 실업과 빈곤의 문제라고 강조해왔다.

아시아 6개국 순방을 순방중인 울펜손 총재는 첫 기착지인 태국에서의
기자회견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금융 위기국들에 대한 재정긴축
요구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해당국의 실업자 구제 등을 위한 사회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에서는 "아시아 국가의 사회개발 프로그램이 긴축
재정으로 인해 위축됐다"면서 "사회개발 프로그램에 돈을 다시 투입하면
해당국 정부가 크게 골머리를 썩일 필요없이 즉각적인 고용 증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처방도 제시했다.

울펜손 총재 등의 이같은 관심표명과 처방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질
경우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실업위기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