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고전적인 투자격언중에는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것이
있다.

주가에 제법 영향을 줄만한 재료라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루머단계일
때가 크고 막상 확정발표가 되면 재료로서의 수명이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이다.

매스컴에 보도돼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수 있는 사실은
아무리 큰 재료라도 더 이상 호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 호재가 발표돼 주가가 폭등하는 싯점은 오히려 매도를 고려해
볼만한 때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같은 고전적인 투자격언을 요즘의 주식시장에 대입해 본다면 뉴욕
외채협상의 타결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폭등한 지난주말께는 과거
같으면 주식매도를 한번쯤 고려해 볼만한 싯점이었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동안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감안할 경우 더욱 그렇다.

금년들어 한달동안의 주가상승률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한번쯤
쉬어가지 않겠느냐는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수긍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전적인 투자격언이나 단기급등세를 감안해 실제로
주식을 매도한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흔히 IMF(국제통화기금)체제라고 얘기하는 경제형편이나 외환위기 등
주변여건 자체가 대부분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못한 새로운 일들인데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종전과 좀 다른 것같다는 생각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외채협상의 타결을 계기로 국내 금리 및 환율의 안정이 기대되면서 지난
30일 주가는 사상 최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들이 매물을 대량으로 내놓은 31일에는 외국인들이 무려
2천4백억원이라는 엄청난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주가 하락을 저지했다.

증시가 외국인 손에 달려있다는 그동안의 증권업계 분석을 실감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된 것은 결코 아니며 또
인도네시아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왔지만 상승분위기에 묻혀버려 들리지가 않았다.

앞으로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기업도산이나 영업실적 악화문제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에따라 "솔직히 말해 헷갈린다"면서 고개를 흔드는 증권전문가들도
많은 편이었다.

그동안 증권회사들이 내놓은 시황전망이나 투자분석 자료들도 소신있게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의 장세주도현상과 함께 주가
상승기조가 좀 더 이어질 것같다고 분석하는 경향이 강했었다.

물론 그동안의 단기급등 주가를 고려할 때 일시적으로 조정양상을
보이거나 하락세로 반전될 개연성도 상존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상승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주가는 2일 폭락세로 돌아섰고 낙폭도 생각보다 컸다.

주가향방을 점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이와함께 평소에 가볍게 여기기 쉬운 평범한 투자격언의 함축적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도 마련해준 셈이다.

< 증권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