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 시행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노사정위원회가 잠정적으로 설정했던 10개 의제에 대한 일괄타결시한인
1월말을 넘기고도 고용조정의 법제화 등 핵심쟁점 사안에 대한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를 주도하고 있는 국민회의측은 2일에도 노동계와의 협상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자 최종 협상시한을 3일로 정하고 이날까지 합의가 안될
경우 고용조정제와 근로자 파견제도입을 위한 당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맞서 노동계 대표들은 노사정위에의 불참을 선언하는 한편 당정안이
상정될 경우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국민회의측이 일방적으로 관련법안을 국회에 상정할
경우 4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이미 밝혀놓고 있는 상태이다.

결국 노사정위는 국민회의측이 설정한 협상시한을 앞두고 대타협과
파국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물론 노동단체들이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선뜻 수용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노동계가 과거 노동법파동 때처럼 협상과정에서 챙길 것은 다 챙긴
다음 막지막 순간에 판을 깨고 나가는 전략을 다시 한번 시도할 요량이라면
이번에야말로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더이상 이런 저런 이유와 명분을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고용조정제 도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단기외채협상이 타결됐다고는 하지만 민간기업의 외채문제 등 외환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해외의 채권자와 투자자들은 우리측이
이른바 IMF조건을 충실히 이행하길 촉구하고 있다.

아니 이들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고용조정은 경제회생을 위해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경쟁력 회복이고, 구조조정이고,
모두 공염불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국민회의측이 노사정위의 최종 협상시한을 못박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정리해고제에 대한 대안도 내놓지 않은채 핵심쟁점에 대한 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노동계의 입장변화를 무한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고용조정 관련법규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입법예고기간과 상임위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3,4일 중에는 노사정위
차원의 논의를 일단락지어야 한다.

그렇다고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벼랑끝 시점이야말로 극적타협을 이끌어낼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수도 있다.

노동계는 민심에 반하는 파업 등의 강경투쟁 만을 내세워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지난달 20일 노.사.정 합의문에서 국민앞에 약속한대로
2월 임시국회 회기내에 이 문제들을 조속히 처리할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