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현 < 임승현 비뇨기과의원 원장 >

명예와 돈 못지 않게 남성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정력이다.

정력은 곧 남성의 발기력이다.

발기는 성적충동을 느꼈을 때 음경해면체 동맥에 혈액이 몰려 일시적으로
압력이 상승하고 혈류가 빠져나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음경해면체는 스펀지모양으로 생겨 혈액을 효과적으로 빨아들이며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잘 늘어나는 질좋은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정력은 음경해면체의 혈관상태로 결정된다.

가령 동맥경화증으로 해면체 혈관의 확장성이 떨어지면 혈액을 충분히
흡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단단한 발기를 기대할 수 없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마찬가지로 움츠러든다.

당뇨병 간질환 각종 혈관질환도 정력감퇴를 유발한다.

또다른 정력의 결정요인은 긴장 불안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문제로 이것이
성적충동에 대한 반사작용을 떨어뜨린다.

스트레스는 뇌하수체의 프로락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이것이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또 부신피질의 스테로이드 호르몬, 교감신경의 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시켜 말초혈관을 수축시킨다.

처음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지만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기질적인
발기부전으로 악화된다.

결국 성기능의 생활리듬이 깨졌을 때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므로 남성의 성기능은 건강을 나타내는 종합지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성기능 장애가 질병의 일종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정력탓으로 돌려 정력식품이나 최음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정력을 증진하는 약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힘빈 만드레이크 등 전통적인 최음제는 플라시보(위약효과)에 불과하며
미약한 효과가 있다해도 대상의 3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판정났다.

또 현대판 불로초로 소개된 DHEA(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도
1930년대에 밝혀진 남성호르몬의 전단계 물질로 하루 4mg정도 분비되는데
인체내 역할은 아직도 확실히 규명된바 없다.

이밖에 수백가지가 넘는 정력증강제는 고작해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콜레스테롤을 공급하는 보양식품에 불과하다.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인체가 스스로 혈관을 조절하는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

성기능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것은 남성호르몬의 힘이 크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힘의 근원으로 그 분비량은 연령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사춘기인 12세께 급격히 늘고 20세 초반에 절정에 달하며 30세 전후로
완만히 감소한다.

따라서 젊은 시절의 왕성한 정력을 연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성기능감퇴가 갑자기 왔다면 스트레스 흡연 비만 성인병 등이 원인인지부터
찾아볼 일이다.

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정력제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개선하고 뇌하수체를 자극해 고환의 성호르몬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목을 전후좌우로 크게 돌리거나 목덜미 뒷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압박하거나 고환을 꽉 잡았다 놓는 등의 간단한 운동으로도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