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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외채협상과 외환위기 책임론..강병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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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채협상이 이정도로나마 타결된 것은 다행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고금리이지만 현재 만기연장이
    이루어지는 금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협상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한다.

    이번 협상타결로 선진 13개국들이 지원키로 한 80억달러의 유입이 조만간
    뒤따르고 국가신인도 제고에 따라 정부의 외화채권발행이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이루어질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환율의 하향안정으로 외자유입과 증권시장 안정이 촉진되어 이를
    토대로 금리인하를 위한 IMF와의 협상여지가 커질 것이다.

    이번 협상이 조기에 타결될수 있었던 데는 우리 정부의 IMF개혁프로그램
    이행의지에 대한 채권단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지만
    최근 동남아 외환위기의 재연 조짐, 특히 인도네시아의 민간기업 채무에 대한
    지불유예(moratorium)움직임도 힘이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채권은행단간에 우리의 외환위기를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결과는 채권단이나 IMF 등이 우리에게 은전을 베푼 것은
    결코 아니다.

    냉혹한 시장원리에 따라 그들이 받을수 있는 것은 다 받았다.

    우리가 이번에 약속한 금리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리보금리에 2.25~2.75%를 더한 수준으로 이는 투자부적격인 정크본드급에
    속하는 수준이다.

    이 금리는 조기상환옵션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한 수준으로 옵션을 추가할
    경우 당사자간의 계약에 따라 금리가 더 인상되거나 수수료형태의 금융비용
    부담이 더 추가될 것이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적용된 등급은 인도나 동구의 체제전환국인 리투아니아
    정도의 등급이고 크로아티아보다는 한등급 아래이다.

    교역규모 세계 11위의 OECD회원국이나,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세계 5위권
    이내의 생산능력을 가진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외환위기 발발직전까지만 하더라도 IMF는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advanced econmies)으로, 그리고 경제력을 감안한 외채규모는
    경채무국으로 분류하였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산업은행은 리보에 0.2%정도, 그리고 상업은행들은
    0.5%정도의 가산금리로 돈을 빌릴수 있었다.

    이번 동남아 외환위기는 당사국 뿐만아니라 전세계에 교훈을 남겼다.

    외환위기는 단순히 외화가 부족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국통화가 곧 국제통화인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경제가 튼튼한
    국가라 하더라도 외환위기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이번 위기는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다.

    다만 동남아 외환위기와 대통령선거로 권력의 공백이 겹친 시기에 터졌을
    뿐이다.

    산업불황과 경쟁력 상실로 인한 기업의 부실이 금융위기로 파급되고, 이는
    다시 대외 신인도의 급작스런 저하를 초래하여 외환위기로 연결된 것이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묻기 위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곧 밝혀지겠지만 어찌 이와 같은 위기가 몇몇
    정책담당자만의 책임뿐이겠는가.

    정경유착의 당사자들인 정치인과 기업인, 불로소득의 졸부들, 일부
    귀족노동조합간부들 모두 책임을 면할수 없다.

    이들에 비하면 서민과 근로자들은 책임보다는 피해자에 속한다.

    한편에는 실업과 물가고의 고통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살인적인 고금리에 이재를 즐기는 자가 있다.

    가진 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그들이 뿌린 죄의 씨앗을 서민과 근로자들이 거두고 있는 것이다.

    반지를 빼어 금모으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이들이다.

    도대체 1백억달러가 넘는다는 금괴와 1백억~2백억달러는 될 것이라는
    5백달러와 1천달러짜리 여행자수표(TC)는 누구의 금고속에 감춰져 있는가.

    우리는 1백억달러가 없어서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렸고, 2백억달러의
    외채를 연장받기 위해 갖은 수모를 당하였다.

    이러고도 우리민족은 저력이 있고 이러한 위기쯤은 능히 극복할수 있다고
    말할수 있는가.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가 지불한 대가는 엄청나고 앞으로
    지불해야 할 대가는 이보다 몇십배 더 크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해서 국가부도의 위기가 가신 것은 아니다.

    단기부채 8백억달러중 2백40억달러만 1~3년간 유예받았을 뿐이다.

    앞으로 민간베이스 차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리보에 3~4%
    이상의 가산금리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채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1년에 갚아야할 이자만도 1백억달러를 상회하여 수출해 번
    돈만으로는 이자도 갚을 수 없다.

    외국인 투자유치 없이는 외채를 줄일수 없다.

    수출을 증대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과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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