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채협상 대표단은 21일 시티은행 회동이 끝난 뒤 맨해튼의 한국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측 협상안 내용과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얘기했다.

수석대표인 김용환 비상경제 대책위원장은 "협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하고 "오늘 회동의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채권은행단측과 합의
했음을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올해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기관의 외채 규모는 얼마인가.

<> 김용환 수석대표 =통계 방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밝힐 수는
없다.

대략 2백50억달러로 보고 협상을 벌여 나갈 것이다.

협상결과에 따라(연장 대상 외채 규모의) 증감이 있을 수 있다.

-국회에서 동의한 정부의 외채 지급보증 한도는 2백억달러다.

전액을 지급보증할 수는 없는 셈 아닌가.

<> 김대표 =일부 금융기관은 정부의 지급보증 없이도 스스로의 신용으로
만기를 재연장받을수 있을 것으로 본다.

-JP모건이 제시한 국채발행안이나 신디케이션 론 도입계획은 백지화한
것인가.

<> 김대표 =오늘 협상에서는 올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문제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나머지 신규 차관 도입 등의 문제는 단기 채무의 기한 연장이 잘 되고,
국제 금융기관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보는 시각이 호전되고 난 뒤 논의될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안고 있는 단기외채는 왜 협상 대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 김대표 =지금 시급한 것은 금융권의 채무 문제다.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것에 의미를 가져 달라.

-채권은행단 쪽에서는 협상안을 내놓지 않았나.

<> 김대표 =우리쪽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을 질문해온 정도다.

-오늘 회의 결과에 대해 국제 채권은행단측이 "매우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는데.

<> 김대표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속단은 않는다.

그러나 오늘 회의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했고, 여러가지
의견을 교환한 데 대해 채권은행단 쪽에서 그런 느낌을 가진 모양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오늘 그 사람들과의 회동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점을 갖는게 중요하다.

비관해서는 안되지만,그렇다고 지나치고 성급하게 낙관에 빠져서도 안된다.

-23일의 2차 협상에는 우리측에서 누가 참석하는가.

<> 김대표 =일단은 정덕구 재경원 차관보를 비롯한 실무자들만 참석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채권은행단 쪽에서 요청해 올 경우 내가 참석 못할 이유도 없다.

-채권은행단 쪽에서는 1차 협상 멤버들이 전원 참여하는가.

<> 김대표 =대표성을 갖는 은행들을 추릴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협상에 채권단 쪽은 금융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반면 우리쪽은
정치인 등 비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 유종근 경제고문 =이번 협상은 앞으로의 한국 경제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 한국의 경제 체질을 강화할수 있을 것인가, 쉽게 말해 한국이 달러를
많이 벌수 있겠는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김대표는 정치인인 동시에 차기 한국 정부의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분으로서 참여한 것이다.

나도 그런 점에서 보조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단에 주어진 협상 시한은 언제까지인가.

<> 김대표 =본국으로부터 포괄적인 훈령만을 받고 왔다.

되도록 금융시장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켜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재개
되도록 하고, 한국의 신인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