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요구를 모두 수용키로 결정함으로써
가까스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사태만은 피할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동남아 통화위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그로 인한 파장이 즉각 우리나라에도
파급될게 분명한 국면이기 때문에 우선 다행스럽게 여긴다.

국내 은행및 종금사들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대출은 49억6천만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리스 투신 등의 대출액수를 합치면 60억~70억달러에 달하고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채무불이행을 공식선언하고 그 파장이 번져 태국까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대출 규모는 일거에
1백억달러 이상 증가, 그렇지 않아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에 급급하고 있는 국내 은행에 큰 부담을 줘 일파만파로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일단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정상화가 요원한 동남아경제는 우리에게
큰 걸림돌이다.

아세안지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96년기준 2백2억달러로 미국
(2백17억달러)에 이은 두번째 시장이다.

특히 무역수지로 보면 아세안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시장에서는 하나같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를 다소나마 상쇄시켜 주는 곳이 바로 이곳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중 아세안지역에 대한 수출은 4%대의 증가에 그쳐 96년의 13%와
비교하더라도 증가율이 엄청나게 낮아졌다.

두말할 것도 없이 태국 인도네시아 통화위기가 몰고온 결과다.

올들어서는 중국경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보면 더욱
걱정일 수밖에 없다.

올해 아세안 국가들의 성장률은 2.7%로 96년의 7.2%,97년의 5.3%에 비해
크게 낮아지리란 전망이다.

태국 인도네시아가 초긴축으로 접어드는 등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 지역에 대한 우리 수출상품의 주종이 내구소비재및 자본재이고 보면
그 타격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중국도 올해는 외국인투자가 줄어드는 등 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아지고
물가불안으로 긴축강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한마디로 선진국
수출을 어떻게 늘려가느냐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할수 있다.

1천5백억달러를 웃도는 외채 원리금상환 등 우리경제의 모든 것이 수출에
달렸고, 그것이 동남아 시장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볼때 그러하다.

미국시장 점유율이 95년 3.2%에서 97년 2.7%로 줄어드는 등 우리 수출의
선진국시장 점유율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오늘 이
상황이 됐다고도 할수 있다.

올해는 미국경제도 작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지만, 어쨌든 선진국
수출을 늘리고 수지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없다는 것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