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 중소기업들은 국가 경제에 기여해온 것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살려내야 합니다"

중견기업인들의 모임인 한국경제인동우회 유기정(76)회장은 ''국가부도''라는
벼랑 바로 앞까지 몰린 우리 경제의 회생 방안을 중소기업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회장은 지난 44년동안 인쇄출판업에 몸담아온 경영인일뿐 아니라
제8.9.10대 국회의원(전주.완주)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입법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을 비롯한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이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또 지난 80년부터 8년동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명실상부한 ''중소기업통''이다.

무인년 새해를 맞아 그로부터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기위한 해결책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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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 박해영 산업2부 기자]

-삼화인쇄와 삼화출판사를 운영해오신지 올해로 벌써 44년이 됐군요.

인쇄출판업계에도 IMF한파의 영향이 미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인쇄물 제작비용을 급격히 줄이는 바람에 내수시장이
많이 위축됐습니다.

학습지를 중심으로 한 출판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수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죠.

다행히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생산물량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 조금 안심은 되지만
경제상황이 워낙 불안정한 터라 여전히 걱정입니다.

물건은 팔리지만 대금회수 여부가 확실치 않으니까요"

-IMF시대에 접어든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각종 방안이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회장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중소기업을 살려야 합니다.

국가경제의 뿌리이자 모세혈관이 바로 중소기업입니다.

지난 95년 자료를 보면 전체 생산의 50%, 고용의 70%, 수출의 40%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은 대기업 납품을 통한 간접수출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70%가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에 비해 중소기업들이 누릴수 있는 혜택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담보가 확실해도 돈 구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중소기업 육성 없이는 진정한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특히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발빠르게 탄력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것이
중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중소기업부로 위상이 높아진다면 각종 지원책에 힘이 좀더 실리겠지요.

하루빨리 승격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청이냐 부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께서 중소기업 육성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고
밝힌바 있어서 안심이 됩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오는 시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힘들겠지요.

경제의 3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힘들 때일수록 서로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힘을 합쳐야지요.

정부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중기인들이 경영에만
전념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경영자들도 손쉽게 돈벌 궁리보다는 신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야 합니다.

근로자들도 임금 인상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야
합니다.

인쇄업의 경우 지난 10년간 인건비가 4배이상 오르면서 국제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입니다.

가정에서도 근검절약을 생활화해야 겠지요.

우리 모두 지난 70년대 경제개발기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합니다"

-회장님께서는 지난 90년부터 한국경제인동우회를 이끌어오셨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매달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각계 전문가를 모시고 세미나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육성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현재 2백여명의 중견기업인들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관계 학계
등 각계각층의 특별회원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회원수를 3백명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지금과같은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부터 저희가 꾸준히
주장해왔던 정책건의들이 IMF가 우리정부에 요구한 내용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그때라도 저희 건의를 귀담아 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피할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만 합니다.

새해에도 IMF 파고를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될수 있는 정책건의를 계속해
나갈 겁니다"

-올해 연세가 76세인데도 젊은사람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데,
특별한 건강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일주일에 한번씩 골프를 하러 다니는 것 외에는 따로 운동을 하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원래 건강한 체질을 타고 나기도 했습니다만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건강에 최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이를 생각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내년 3월엔 경제인동우회 회장직을 물려줄 생각입니다"

-끝으로 새해를 맞이해 중소기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지요.

"지난 한해는 우리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아직 이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확실하진 않지만 낙담하지말고
다시한번 힘을 내서 노력하면 곧 밝은 빛을 볼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무인년 올해는 호랑이의 해 아닙니까.

용맹한 호랑이의 기상으로 우리모두 힘차게 뜁시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인들이 중심이 돼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