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은 98년에도 길고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호황을 누리는 수출주력업체 등을 제외하면 새해는 오히려 그 어느해
보다 불황의 골이 더 깊어져 경영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마저
없지않아 보인다.

생산 내수 등 그 어느것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BIS고삐에 묶인 금융권이 대출금회수 어음할인거부 운영자금대출중단
등으로 돈줄을 옭아매는 상태가 쉽게 해소될 것같지 않기 때문이다.

고환율시대에 터없이 높아진 원자재수입가격도 채산성악화를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말 1천1백12개
중소제조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올해도 국내
수요감소 자금사정악화 원자재가격상승 및 구득난 등의 이유로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중 가장 큰 원인인 수요감소의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의 절반가까이가
기존업체간 과당경쟁을 꼽고 있다.

또 자금사정악화의 이유로는 판매대금회수지연과 금융기관 차입여건악화,
관련기업부도등을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다.

원자재부문은 급격한 환율인상으로 원자재의 국제가격은 떨어져도
수입가격은 엄청나게 오르고 원자재구매조건이 악화되는 것등을 포함한다.

최근 흑자부도를 내는 중견기업들이 나타나는 등 부도증가추세는
그 심각성의 일단을 짐작하게 한다.

정부가 어음보험제를 시행하고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규모를 증액하는등
부도방지를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까지 부도중소기업은
1만2천5백여개로 96년 같은기간보다 34.7% 증가했다.

더구나 10월에는 중소기업 어음부도율이 0.43%에 달해 2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도 80~1백20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맞고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8년엔 사정이 이보다 더 악화됐으면 악화되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은 기협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이조사에 따르면 98년 경기전반 건강도지수(SBHI)는 60.9로 나타났다.

100이상일때 경기호전을 의미하는 지수가 이같이 낮게 나타난 것은
대기업및 관련기업의 연쇄부도, 한계기업도산등의 영향이 98년에도 이어져
전업종에 걸쳐 최악의 경영상황이 도래하리란 것을 예고해준다.

업종별로 SBHI를 보면 목재및 나무제품의 경우 41.2, 의복 모피제품은
44.7로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침체가 예상되고 출판 인쇄 기록매체(47.4),
고무 플라스틱제품(55.0), 비금속광물(56.0)등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로는 56.9로 나타난 경공업이 64.2로 나타난 중화학공업보다
침체정도가 더클 전망이다.

그러나 경공업이건 중화학이건 국내수요감소와 자금사정악화 원자재가격
상승 구득난등이 침체의 주된 요인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98년중 부도전망조사에는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64.1%로 감소예상 9.6%
보다 훨씬 높아 대량부도도 예고된 상태다.

또 경기침체의 영향에 따른 창업분위기 위축으로 창업에 대해 증가(11.3%)
보다는 감소(53.7%)응답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경기침체와 부도위기감이 기업인의 경영의욕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인 것은 물론이다.

이때문에 중소기업인들이 새정부에 바라는 것은 자금지원과 물가안정
금리안정등을 첫손가락으로 꼽고있다.

이처럼 예고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침체에 빠진 내수보다는 수출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고환율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은 물론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른 우리의
바닥난 달러고를 보충하고 가속화되고 있는 개방화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각자는 또 경쟁력강화를 위해 품질기술혁신 판매력강화와 함께
가격경쟁력제고와 사업구조개선등도 병행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업종별 경기 =97년 SBHI는 52.7로 중소기업전체가 극심한 불황의 수렁에
빠져있었다.

침체가 두드러진 업종은 목재및 나무제품, 출판 인쇄 기록매체, 가죽
가방 마구류및 신발업종등이며 의복 모피제품, 자동차및 트레일러업종도
마찬가지였다.

98년에도 97년의 대기업및 관련기업의 연쇄부도, 한계기업의 도산등의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침체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각한 업종은 목재및 나무제품 의복및 모피제품등으로 존립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출판 인쇄 기록매체 고무 플라스틱제품
비금속광물업종등 전업종에 걸쳐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산업별 경기 =산업별 98년 SBHI는 경공업 56.9 중화학공업 64.2로
경공업의 침체가 더클 전망이다.

모두 국내수요감소 자금사정악화 원자재가격상승및 구득난등이 주요
이유이다.

단 중화학공업은 자금악화비중이 높고 인건비상승과 고용불안은 낮은
편이다.

또 경공업은 제품재고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나타난 반면 자금사정과
금융기관 이용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중화학공업부문 역시 자금사정과
채산성악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 종업원 규모별 경기 =97년 SBHI를 종업원규모별로 보면 5~9인이
38.2,2백~2백99인이 60.7로 나타나는등 규모가 작을수록 경기침체의 정도가
심했음을 보여준다.

98년 전망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종업원 5~9인규모의 기업은 자금사정악화와 금융기관이용사정 어려움을,
10~19인규모의 기업은 자금사정과 현금결제비중 감소를, 20인이상 기업은
채산성 자금사정 금융기관이용사정곤란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있다.

이로 미뤄볼 때 98년은 자금조달과 채산성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역별 경기 =97년의 지역별 SBHI는 수도권 중소기업의 경기침체가
지방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8년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경기악화요인은 내수감소와 자금사정악화등은 공통요인이며
지방기업의 경우 수도권기업에 비해 자금사정악화 원자재가격상승및 구득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아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수도권소재 기업은 제품재고의 감소, 지방기업은 수출부문악화를
전망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 거래형태별 경기 =거래형태별로는 97년에 이어 98년에도 모기업
납품업체의 경기침체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악화요인은 모기업 납품업체와 일반시장 판매업체에서는 국내수요
감소와 자금사정악화가, 수출업체는 국내수요감소와 원자재가격 상승및
구득난등이 주요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