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와 S&P사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신용도가 매우 낮아 위험도가 높은 투자채권) 수준으로
떨어뜨리자 정부와 금융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지난 22일 우리나라의 채권시장
추가개방발표와 동시에 발표됨으로써 정부의 외자유치노력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또 불과 한달만에 신용등급을 4~5등급이나 하향조정한 것은 "횡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무디사사의 경우 지난달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해 오다가 지난
11일에는 Baa2로 두단계 낮춘 뒤 지난 22일엔 Ba1으로 다시 두단계를
떨어뜨렸다.

S&P도 지난 11일 장기외환신용등급을 두단계 낮춘데 이어 23일에는 BBB-
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로 끌어내렸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외환사정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따라 이들 기관의 진의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측
을 더욱 절박한 지경으로 몰고가려는 뜻이 숨어 있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미국 재무부와의 이심전심아래 향후 협상에서 우리나라를 "무장해제"
시킴으로써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무디스사와 S&P사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각종 신용지표들을 얼마나
꼼꼼하게 실사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짧은 기간동안 신용등급을 대폭 하향조정하기엔 그들의 국내활동이
지나치게 빈약하고 관련정보도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외형적으로는 한국정부에 대한 신뢰도상실을 들고 있다.

한국정부의 대응이 IMF가 요구하고 있는 처방과 일치하지 않아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금융기관을 계속 지원하고 부실기업정리에 정부가 개입한다는게
대표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실상보다 지나치다는데 국제금융계도 공감하고 있어 표면적 설명
이상의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S&P사는 더구나 23일 우리 정부와 별도로 삼성 현대 LG 대우 등 대기업들의
장단기 신용등급도 무더기로 낮춰 발표, 이날 관련기업들의 주가하락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계는 이들 기관의 "악의"는 못마땅하지만 우리 정부의 자세도
큰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외채 등 경제관련지표들을 자주 속여 오면서 스스로의
신인도하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잦은 정책에러와 실기까지 겹치면서 위기관리능력을 의심받은게
신용도하락의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