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으로 몰리면서 신용카드의 부작용과 어두운 면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곳곳에서 과소비의 대명사로 거론되는가 하면 개인을 파산으로 이끌고
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알뜰살림을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용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신용카드는 IMF시대의 기피대상 1호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업계는 남용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가계살림을 살찌울 수 있는 더없이 좋은 도구가 신용카드라고 강조한다.
해외에서의 신용카드 남용, 무분별한 카드발급 및 사용, 위.변조에 따른
카드회원의 피해 등으로 신용카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신용카드의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용한다면 소비생활의 편의성 제고는 물론이고
가계지출을 줄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게 신용카드라고 신용카드업계는
주장한다.
잘쓰면 보약이 되는게 바로 신용카드라는 얘기다.
신용카드업계의 이같은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는 우리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게 신용카드 회원에 대한 가격할인이다.
LG주유소의 경우 LG정유카드회원들에 대해서는 리터당 30원 가량 싼 가격
(휘발류 기준)에 기름을 판매한다.
신용카드로 기름값을 결제한다고 해서 이자가 붙는 것도 아니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유가인상 전날이면 어김없이 여러개의 통을 들고
줄을 서면서도 신용카드로 기름값을 결제할 생각을 왜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가격할인은 비단 기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전제품 의류 외식 숙박업소 등으로 할인대상은 광범위하다.
국민카드는 현대자동차 국민카드, 코트라골드키 국민기업카드, 델리카시
클럽국민카드, 톱클래스 스카이패스 국민카드 회원들에 대해 전국의 1천2백
여개 호텔 음식점 차량정비업소 골프연습장 등에서 최저 10%, 최고 50%까지
요금을 할인해주는 DC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비씨하트클럽카드와 신한은행이 샤프와 손잡고 발행하는 신한트래블보너스
카드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회사들이 매달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카탈로그나 DM을
세세히 살펴보면 무이자할부 가맹점이나 각종 이벤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겨울철을 맞아 카드회사들은 스키장 할인쿠퐁과 겨울여행상품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 정보는 모두 카탈로그나 DM에 실려있다.
카탈로그나 DM에 들어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놀이공원 등 각종 위락시설
의 할인쿠퐁을 이용하는 것도 가계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두번째는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포인트업 서비스이다
예컨대 비씨카드 톱포인트의 경우 물품구매 1천원당 1점, 현금서비스
1만원당 1점을 적립해 1만점이면 커피메이커, 25만점이면 하와이 왕복항공권
을 제공한다.
국민카드(빅맨보너스) 외환카드(예스포인트) 삼성카드(베스트포인트)
장은카드(장은리펀딩) 동양카드(멤버십리워드) 등도 비슷한 형태의 포인트업
서비스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동양카드에서 발행하는 아멕스카드의 경우에는 본인카드 외에 가족카드와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실적도 합산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포인트업 서비스는 누적점수에 따라 물품만 주는게 아니다.
삼성카드가 한국통신프리텔과 손잡고 발행하는 프리텔-삼성카드는 PCS016
가입시 보증금을 면제해주고 신판이용금액의 3%를 적립, 최고 5시간의 무료
통화권과 단말기 보상보험을 무료로 가입해준다.
세번째로는 결제일까지 30~50일의 여유기간이 있어 그동안 가계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는 단순히 미래의 소득을 미리
소비하는게 아니라 현금지급을 늦춤으로써 가계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카드업계는 설명한다.
또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매월 카드사용 청구서를 받아보기 때문에 한달간의
소비지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검토, 소비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계획적인 소비지출을 유도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특히 내년부터 외환카드는 일부 카드회사에서 기업의 구매전용카드를
발행할 예정이어서 기업들도 이제는 구매업무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의 경우 기업의 비용을 크게 절감
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에는 이렇듯 다양한 서비스 및 할인기능이 들어있다.
회원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히 현금서비스나 물품구매에만
이용하기 때문에 과소비를 유발하느니, 외화낭비의 주범이니 하는 부정적
측면만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카드업계는 지적했다.
신용카드의 기능은 펜티엄급인데 실제로는 286수준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카드가 역기능을 하느냐, 아니면 본래의 목적대로 순기능을 하느냐
하는 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 이희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