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금사와 증권사에 이어 투자신탁회사까지 영업정지조치를 받아
자금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19일부터 영업이 정지된 신세기투신은 인천에 연고를 둔 수탁고
2조8천억원의 지방 투자신탁회사다.

수탁자산 등으로 보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규모는 아니다.

더구나 고객이 신세기투신에 맡긴 신탁재산들은 19일부터 모두
한국투자신탁에 이관돼 관리되기 때문에 고객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었던 투신사마저 믿을수 없게 됐다는
불안심리가 이를 계기로 확산될 경우 수익증권 등의 환매사태로 인해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공산이 큰 점이다.

그럴 경우 주식및 채권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지않을 뿐아니라 상호
대차관계가 형성돼 있는 전체 금융기관으로 자금경색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신세기투신의 영업정지조치가 다른 투신사
또는 금융기관에 번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일은 수익증권 등에 가입한 예금자들에
대해 정부발표대로 전액 보호받을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의 협력이 관건이다.

신세기투신의 영업정지를 계기로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수익증권환매 등
자금회수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물론 기관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무리한
자금회수 등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금융경색의 악순환 고리를 단절하고 선순환으로 돌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불안의 또다른 원인중의 하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구조개편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불안감이다.

확실한 기준과 잣대도 없이 간헐적으로 취해지는 영업정지 조치는 모든
금융기관들을 잔뜩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

보기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도 비쳐지는 정부의 그런 조치들이 금융흐름을
단절시키고 자금경색을 더욱 부채질하는 근본 원인일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금융기관 처리문제를 포함한 금융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하루 빨리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결코 더이상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추가적으로 영업정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한꺼번에 조치하는 것도 파장을 줄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부실금융기관 처리를 둘러싸고 수단과 방법 등에서 IMF와 우리 정부간에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들린다.

또 정부의 추가적인 영업정지조치 등에 관한 소문들도 꼬리를 물고 있다.

그같은 상황은 결코 금융위기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자금경색을 해소하고 금융산업구조개편을 단행하는 것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대로 두고만 볼수도 없다.

차기정권을 인수할 대통령당선자도 결정됐기 때문에 정부는 구조조정을
포함해 금융문제 전반에 대한 종합처방을 서둘러 마련하고 금융불안
극복의지를 재천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