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김화진
출판사 : 박영사

이 책은 특이한 경력의 저자가 저술한 특이한 책이다.

책의 제목만을 보자면 별로 특이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이나 수준은 그간 우리 출판계에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비슷한 제명의 책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다른 책들이 대부분 M&A의 경제적 내지 경영적측면에 몰두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책은 M&A의 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법률서적과는 달리 따분한 법제도의 소개에 시종하지 않고
생생한 사례들을 적절히 가미하며 독자의 흥미를 키우고 있다.

또한 도처에서 피상적인 법률론을 훌쩍 뛰어넘어 법경제학적인 시각에서
기존 고정관념의 맹점을 파헤치며 참신한 입법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역사적 고찰로 하버드법대 클라크 학장의 유명한 자본주의의
4단계 발전론을 빌려 M&A라는 현상을 경제발전의 거창한 흐름속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국내외의 M&A시장의 현황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그 결과 발생된 경영자통제의 문제, 즉
흔히 기업지배(coporate governance)라고 불리는 테마와 관련하여 M&A의
의의를 고찰하고 있다.

현재 IMF 간섭체제에서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우리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관점에서도 이 부분의 서술은 찬찬히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4장은 M&A의 법률적 규제를, 그리고 제5장은 경영권의 방어행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이제 좋건 싫건간에 적대적 M&A라는 불청객과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된 오늘날 기업이나 법조계의 실무자들이 놓쳐서는 안될 여러 가지 쟁점들을
망라하여 꼼꼼히 정리 분석하고 있다.

제6장은 M&A와 관련된 내부자거래의 문제, 제7장은 정관변경에 의한
경영권보호의 문제, 그리고 제8장은 자기주식취득에 의한 경영권보호의
문제를 각각 검토하고 있다.

이중 특히 제7장은 우리 학계에서도 아직은 생소한 테마이지만 회사법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을 다시 한번 추스리게 하는 신선한 논의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또한 제8장은 현재 경영권보호수단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자기주식취득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고 있어 당장의 법개정논의와 관련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이 분야의 최신실무동향과 학문적 논의의 최고수준을
보여주는 역저라고 할 것이다.

실무와 학계사이의 벽이 아직 높기만한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책은 극히
드물다.

다행히도 저자가 법학과 인접학문을 섭렵하고 학계와 실무계의 동향에
정통할 뿐아니라 현재 기업관련법학의 양대조류를 대표하는 미국과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한 바 있는 드문 경력의 소유자였기에 이러한 책의 저술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시적인 대중적 흥미에 영합하기 위하여 급조된 책과는 애당초
거리가 멀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저자가 오래 전부터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천착하여
발표한 기존의 논문을 새로이 다듬어 모은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나 교양서와는 달리 쉽게 읽어 내려가기 어려운 구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전문가에게도 난삽한 문제들을 정확히 소화하여 유려한
필치로 서술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이해를 한단계 높이고자 하는 독자
에게는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
하는 바이다.

김건식 < 서울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