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을 받고 난 이후에도 국제금융시장
에서 대외신인도가 회복되지 않아 단기차입금의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정치권 등에서 IMF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외국인들은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서 신인도 회복에 따른 외국
자본 유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와 IMF 자금지원 조건 협상이 마무리돼 긴급자금 55억달러가 유입된후
외국 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금에 대한 만기연장을
해줬다.

국제금융시장에서 IMF 자금지원은 해당국가에 대한 지급보증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자금지원분 55억달러가 유입된 이후에도 환율폭등, 금리폭등,
주가하락 등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면서 대외신인도 회복이 늦어져
외국금융기관들은 또 다시 단기차입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 IMF 자금지원 조건이 우리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재협상을 주장하고 나서자 외국인들은 한국의 차기 정권이 지원조건
을 제대로 이행할의사가 없으며 이에 따라 IMF 자금지원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차기 정권의 조건이행 의지를 확인한뒤 국내 투자를
재개하겠다는 보수적 투자자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가 다시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실정이다.

연내에 유입될 자금은 IMF 35억달러(18일 유입 예정), 세계은행(IBRD)
20억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 20억달러(22일 예정) 등이지만 IBRD와 ADB
자금은 현재 진행중인 지원조건협상이 마무리돼야 유입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 의존한 외화조달은 어렵다고 보고 미국과
일본측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IMF 양해각서에 합의한 조건을
지켜야만 지원하겠다며 거절했다.

따라서 연말 국내 외화자금수요가 IMF, IBRD, ADB 지원규모를 초과할
것이라고 판단한 국제투기자본(핫머니)들은 외환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연 4일째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이날 외환시장도 개장
2분만에 달러당 1천7백원을 넘어서면서 거래가 중단된 것에도 나타난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외화차입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가 모라토리움(대외지불정지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