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같은 복합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제품을 내는데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신제품 개발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품의 컨셉트를
확실히해야 한다.

틈새시장, 즉 자기만의 살아남을 공간을 확보한 뒤 여기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야한다고 상품개발및 마케팅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마케팅연구원이 올초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틈새시장 공략(11%)은 고정고객관리(13%), 고객감동창출(11%)등과
함께 불황기에 취해야할 중요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손꼽혔다.

복합불황을 경험했던 일본에서도 틈새시장공략으로 성공한 예가 많다.

지난 95년 일본 혼다의 "오딧세이"는 시판 1년만에 10만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그해 일본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됐다.

시장을 철저히 세분, 신세대 가정에 적합한 패밀리카라는 개념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회사에서도 너도나도 비슷한 개념의 차를 내놓았다.

틈새공략은 제품경쟁이 치열한 음료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수있다.

코카콜라 칠성사이다 델몬트주스등 강자들이 버티고있는 음료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식혜는 비락을 일약 중견음료업체로 올려놓았다.

전혀 새로운 제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건영식품등 후발음료업체들이 잇따라내놓는 당근 토마토음료도 같은
맥락이다.

TV드라마 "애인"이 크게 성공한 것도 20대에 편중돼있던 멜로드라마소재를
별로 다루지않았던 30대에 맞췄기 때문이다.

먹지않고 바르는 태평양제약의 신경통치료제 "케토톱", 휴대폰과
일반전화기의 중간형태인 LG전자의 "테크폰900", 남성전용 선글라스 "놈"
등은 패션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들 가운데 일부다.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시장자체를 새로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여고생들을 겨냥한 이른바 고갸루(고Girl)시장이
불황을 모르고 급팽창하고 있다.

미혼 여성직장인들에 가려 보이지않던 시장이다.

국내에서도 어린이(Kids)관련 상품시장은 불황기를 모르는 곳이다.

어린이 전용사진관, 학습비디오 대여점, 어린이패션 상품점등 관련
체인점은 최근 2-3년사이 수많은 체인점 가운데 가장 재미를 많이 본
업종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의 "꿈나무사랑보험"도 성인위주의 보험대상을 어린이로 돌려
대성공을 거둔 금융상품이다.

이 보험은 판매된지 3개월만에 49만건의 계약건수를 기록했다.

제품이 아니라 유통경로의 틈새를 파고들어 히트상품으로 발돋움할
수있다.

제일제당의 화장품 "식물나라"는 품질면에서는 기존의 화장품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제품은 판매장소를 화장품 전문매장이나 방문판매가 아닌
슈퍼마켓매장을 선택했다.

제일제당은 화장품업계에 처음 뛰어들었지만 틈새공략 전략으로 연간
5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동종업계에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전문가들은 "불황기에 경쟁회사가 이미 하고있는 품목으로 시장을
빼앗겠다고 나서는 것은 실패확률이 대단히 높다"며 "신제품을 내놓을
경우 틈새시장에 승부를 걸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