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만명의 죽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최후의 안식처가
하늘에 세워진다.

밴쿠버의 경치좋은 웨스트 코스트 지역에 으리으리한 대형고층 아파트
묘지가 들어서는 것이다.

흰 대리석 외양에 고속 엘리베이터를 갖추게 될 이 아파트묘지는 시즌
메모리얼 파크라는 회사가 곧 착공해 내년중 완공한다.

이 곳 신문 밴쿠버 선은 이 아파트묘지가 북미지역 최대의 묘지라고
보도하고 이같은 착상은 값비싼 토지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이 아파트묘지는 지상 76m 높이로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당국과의
협의 끝에 지상 33.5m, 지하 4층으로 축소됐다.

주변의 절경을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맨 꼭대기 층에는 추도식장이
들어선다.

부동산 업자들이 "보기 위해 죽어도 좋을"이라는 수식어를 곧잘 사용하는
그런 아름다운 곳이다.

이 아파트묘지는 층마다 특색있게 꾸며진다.

한층에는 전몰용사들의 유골만이 안장된다.

이곳엔 그들의 훈장과 메달을 전시할 별도의 장소도 함께 마련된다.

그런가 하면 이 지역의 이탈리아계 주민들은 자기들에게 한층을 할애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 층엔 성모 마리아상을 세워주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 아파트묘지의 가장 매력있는 고객은 홍콩으로부터 이민온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홍콩이민들은 조상이나 친족들의 유해를 가까이 모시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장례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시즌 메모리얼 파크사의 엘빈 미첼
사장은 말한다.

그래서 홍콩이민들에게 할당될 몇개 층엔 분향용 벽난로가 특별히 설치
된다.

이같은 아파트묘지의 건립은 화장에 대한 이곳 브리티시 콜롬비아(BC)주
주민들의 선호가 크게 작용한 덕분이다.

화장률이 북미지역 전체로는 약 25%에 불과하지만 밴쿠버지역의 경우
84%에 이른다.

BC주 주민들은 화장을 "환경 친화적"인 장례방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아파트묘지 건립엔 이미 토지 매수와 설계를 위해 1천만캐나다달러가
투입됐다.

앞으로 건축비 등으로 3천만달러가 더 들어가야 한다.

모두 4천만달러(약 3백30억원)가 소요된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가에 해당하는 매장비를 1인당 평균 약 4천달러로
책정해놓고 있으므로 수용능력 9만명을 감안하면 매장비 수입만 모두
3억6천만달러(2천9백40억원)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장례와 관련한 각종 수입을 합하면 수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아파트묘지가 꽉 차려면 20년쯤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 밴쿠버=정평국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