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굴지의 사치품업체들이
매출감소와 주가폭락 등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 등 동남아각국의 소비자들이 미국과 유럽 사치품
산업체의 주요 고객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입수한 미국 메릴린치사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구치, 프랑스의 에르메스, 로레알 등 세계 8대
사치품업체들의 평균주가는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5개월 동안 32%나
급락했다.

업체별로는 구치가 49.5%나 폭락했으며 미국의 뒤퐁이 48.0%, 프랑스의
클라랭스가 42.1%, LVMH사가 38.2%나 떨어졌다.

에르메스사와 방돔사의 주가도 각각 26.2%, 25.1% 하락했으며 로레알이
14.7%, 미국의 불가리사는 12.2% 떨어졌다.

이들 업체의 매출액에서 아시아지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
30~40%에 달하고 있으며 동남아 각국의 화폐가치 하락과 여행객 감소가
계속될 경우 이들 업체의 대아시아 수출은 현 수준에서 다시 20~50%나
감소할 것으로 메릴린치사는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지난 95년 기준 아시아 여행자들의 1인당 평균쇼핑액은
2백50달러수준으로 유럽인(평균 91달러)과 기타 외국인(1백33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