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호 <현대정보기술 사장>

구의동 소프트웨어지원센터 3층의 한 사무실에는 올해 19살된 소년이
컴퓨터 앞에서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20평 가량의 이 방은 이상협이란 소년이 운영하는 회사의 사무실이자
공장이고 연구소다.

비록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이지만 그가 개발한 멀티미디어 편집
프로그램은 내년에 1억달러 이상 수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그는 내년말쯤에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고 후년에는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한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이처럼 그의 성공과 포부가 눈부신 것은 아직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1천3백여 소프트웨어업체가 수출한 금액은 겨우 3천만달러
가량에 불과했다.

반대로 이보다 수십배나 많은 외국의 소프트웨어를 비싼 외화를 주고
사들였다.

그러나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도 이제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려고 한다.

내년 4월에는 10여개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가 실리콘밸리에 입성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본고장에서 첨단기술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세계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국내에도 많은 벤처기업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적극적으로 이를 발굴해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도 소프트웨어산업 구조개선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어
전망은 매우 밝다.

어제부터 여의도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엑스포97"이
개최되어 국내 약1백50개 업체가 첨단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소프트웨어들이 많다.

잘 다듬기만 하면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서의 영예를 안겨줄수 있는 값진
보석들인 것이다.

정부와 재계, 그리고 온 국민이 함께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