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대충격"의 여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이 며칠전보다 붐빈다.

사무실 주변 음식점에 점심손님이 꽤나 줄었다.

12월 망년회가 연달아 축소 취소되고 있다.

할인매장이래야 그래도 손님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있단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아나바다"가 더 이상 어린 학생
들만 쓰는 말이 아니다.

강원도 고성군 어느 작은 시골마을 부부 10쌍이 10년넘게 벼르고 별러온
동남아여행을 취소하고 모아놓은 돈 3천만원중 일부를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한다.

국방부에선 사병을 제외하고 장교 하사관 등이 생활비중 20%를 아껴
"경제난극복통장"을 만든다는 소식이다.

외국에서도 우리 국민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는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WP)지는 한국국민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외국상품구매를
피하고 난방을 낮추는 등 자기희생정신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소비절약.

그러나 한편에서는 무조건 씀씀이를 줄이는 절약이 미덕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또 현 경제위기의 책임을 왜 일반서민만이 떠맡아야 하느냐는 원망도
들린다.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소비가 줄면 그것이 생산감축으로 이어지고 실업증가가 다시 소비감소로
악순환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때로는 통한다.

하지만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외환위기에서 오늘의 큰 어려움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분야의 절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달러값이 올라 내년초부터 33평아파트 기준으로 월 7만원가량 에너지값
부담이 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 절약은 선택의 대상이 아닌지 모른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서랍속 외화모으기"로 8일현재 외환은행본점에 외국
소액화폐가 1천억원가량 모였다 한다.

티끌모아 태산(진합태산)이다.

우리 주식시장의 주가가 말이 아니게 떨어져 있다.

IMF쇼크속에 외국돈이 들어와 헐값으로 우리 기업들의 주식을 쓸어가면
큰일이라고 걱정한다.

증권시장에서 5주도 살 수 있게끔 규정을 바꾸고 이곳에서 다시 한번
"진합태산"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