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연구소 3천개 시대를 맞았다.

기업연구소는 지난 81년 과학기술처가 53개를 최초로 인정한 후 83년
1백개, 88년 5백개를 돌파했고 91년4월 1천개, 95년2월 2천개를 넘어선데
이어 올 12월 3천개를 헤아리게 됐다.

기업연구소가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은 기술개발없이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술경영마인드가 산업전반에 걸쳐 폭넓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기술분야는 기업연구소의 급증추세와 함께 자원투입과 성과
산출에서도 많은 성장을 해왔다.

연구원수는 82년초의 3천명에서 8만명으로 26배 증가했고, 기술개발투자비
는 82년의 1천4백억원에서 올해는 1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활동의 대표적 산물로 간주되는 특허출원건수도 80년초 5천건에
불과하던 것이 매년 15%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9만여건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연구소의 연구활력을 끌어내리는 걸림돌은 손으로 다 꼽을 수
없는 실정이다.

우선 기업연구소 자체의 핵심기술역량이 부족하다.

기술의 거대화 복잡화 시스템화현상에 따라 주변기술의 과감한 외부조달
전략이 필요하지만 기본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제3세대 기술개발전략으로서 연구와 생산, 마케팅부문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들의 연계체제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성과만을 기대하며 공장
자동화 시설투자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연구소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경향도 강하다.

연구소보다는 생산현장이 우월하다는 인식이 상존하고 있고 성공확률이
낮은 연구개발활동에 대한 이해기반이 충분치 못해 연구소의 연구개발의욕을
상실시키는 경우가 많다.

연구원의 잦은 이직에 따른 기술축적의 미흡, 획일적 대학교육에서 비롯
되는 연구원의 자질부족, 연구특성을 고려치 않은 연구소구조조정 등도 우리
기업의 기술개발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애로요인을 뛰어넘어 산업계의 연구개발활동을 촉진시키고 최근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정책의 틀을 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실천력이 뒷받침되는 기술정책의 수립과 일관성 있는 시행이
필요하다.

정부가 과학기술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기술드라이브정책을 펼치고 있어
기대되지만 그전의 수많은 계획은 실천력의 점검이나 평가없이 입안되어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고, 유사한 정책과 제도의 남발로 효율성의 저하를
야기시켰다.

이는 기술정책의 종합조정능력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책수립에서 집행, 관리에 이르기까지 관련기관간
유기적 협조체제와 정책에 대한 예산선결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의 기술개발촉진을 위해 전국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지방정부의 과기예산은 지방재정의 0.67%수준으로 중앙정부 과기
예산의 6.2%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기술정책교류회를 구성, 시.도별 기술진흥기본
계획을 수립하되 지역차원의 브레인풀제도 실시, 고급두뇌의 지방거주유인책,
창업보육센터의 육성, 지역컨소시엄구축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인프라구축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산업의 99%, 종업원의 69%, 생산액의 48%로
국민경제상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그러나 기술개발투자 업체수는 전체중소기업의 8.3%에 지나지 않고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투자율은 0.31%로 대기업의 2%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상 겪는 애로는 복합적이므로 인력과 자금, 정보,
기자재를 연계지원하는 종합지원망 구축이 요구된다.

우리기업의 기술개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애로요인을 감안,
기술개발을 우선시하는 경영전략의 추진과 연구개발조직에 대한 전사적
지지기반확충이 우선되어야 한다.

필요기술의 확보를 위해 기술수준과 시장성을 고려하여 자체개발과 외부
조달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

즉 세계의 주요과학단지, 첨단기술원천지, 고급두뇌집적지 등에 대한
현지연구센터의 설치와 기초.첨단기술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러시아
등의 연구자원활용을 위한 현지진출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기술이 다기능화되고 연구개발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위험
분산을 위한 공동연구수행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IBM, 독일 지멘스, 일본 도시바가 공동으로 2백56메가D램 개발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할 것이다.

우리기업과 연구소들이 세계적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위해서는 기술적
으로 핵심역량 개념을 도입해 경쟁력 있는 전략기술분야를 선정, 집중적으로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