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 시중자금이 귀해지고 수요자들의 실질소득
격감으로 주택시장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견실한 주택건설업체조차 외부적인 요인으로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 주택건설업체들이 부도 도미노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인허가절차간소화 등 규제완화와 임대주택산업활성화 등
제도개선을 어느때보다 강도높게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택건설기반자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주택건설업계에선 우선 지금이 그동안 업계의 숙원이었던 분양가자율화를
시행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등 강력한 투기억제수단이 갖춰진데다 아파트
가격급등의 우려가 사라져 지금이 분양가 자율화의 적기라는 주장이다.

분양가를 인상하면 IMF체제하에 어려워진 주택건설업체들의 숨통을
터준다는 명분을 살릴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물가상승을 우려해 적용돼온 표준건축비제도는 실제 건축비의
80%에도 못미쳐 주택품질저하와 부실의 주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고질적인 주택건설업체의 고비용 저효율을 유발시키는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도 업체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사안이다.

지방화시대를 맞아 웬만한 사업승인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된뒤 주택업체
들의 어려움이 가중돼왔기때문이다.

업체들이 사업승인을 받기위해 사업계획설명서를 제출하면 지자체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업체에 전가, 기부채납을 요구하는게
관례화돼 있다.

하루라도 빨리 사업승인을 받아 분양 자금으로 계속 사업을 벌여야 하는
업체로서는 못마땅하긴 하지만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업체들로서는 매입한 토지에 거액을 묶어놓고 사업외적 이유로 사업승인이
지연되면 큰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특히 요즘같은 고금리시대에 사업승인이 지연될 경우 업체에 엄청난 금융
비용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원활한 인허가절차가 실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건설업체들은 지금같은 금융위기상황에서는 물론이고 금융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던 때에도 제도금융권으로부터의 충분한 자금지원혜택을
받지 못했었다.

건설은 관련산업 파급효과가 큰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금융이나 세제면에서 불이익을 당해왔던 것이다.

실제로 건설업은 국민총생산의 11.9%를 차지하면서도 금융 여신규모는
8.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위해 임대주택산업활성화를 통해 소액자본을
건설업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주택건설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긴축재정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격감하면서 주택구입
수요는 수그러드는 대신 임대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따른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이동성 부원장은 "퇴직자 등 투자방향을 찾지 못하는
소액자본을 주택건설자금으로 활용하기위해서는 임대주택산업의 활성화가
바람직한 대안"이라며 "현재 5가구이상을 최소단위로 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자 자격을 2~3가구로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IMF체제하에서는 주택에 투자하려는 가수요가 대폭 줄어들어 분양
아파트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는 임대아파트공급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제는 주택의 개념이 소유에서 주거로 바뀌면서 임대주택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51%이상이 서구식
임대주택을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입임대주택사업자 자격을 완화, 임대주택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11월말
현재 10만가구에 가까운 미분양아파트가 해소돼 최대 4조원가량의 분양대금이
업체로 흘러들어가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소형평형의무비율제도의 완전 폐지도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90년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따른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서 폐지되기는 했지만 이제는 이 제도를 전면적
으로 없애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순기능보다는 주택수급시장을 구조적으로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등 역기능이 더 많다는게 주택업계의 의견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는 지역에 남아있는 미분양아파트의 대부분이 소형평형
아파트라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역별 수요특성을 무시한채 단순히 소형
평형에 대한 의무건축비율을 정해놓음으로써 이 제도는 업체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외에 업체들은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장기저리로 대출해주는 저당채권
유동화(모기지)제도 도입이나 주택할부금융의 융자제공대상을 주택규모에
관계없이 해주는 등 수요진작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요층이 두터운 서울 인근 수도권유망지역을 대거 택지로 개발, 택지
공급량을 크게 늘리고 택지개발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개선과 함께 주택건설업체들도 스스로 위기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말뚝만 박아놓으면 돈이 된다는 과거의 사업관행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채 경쟁력강화에 등한했던 업체들은 앞으로 방만한 경영, 무차별적인
사업다각화 등을 지양하고 철저하게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 업체는 분야별 전문화에 주력, 어떤 여건아래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동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