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인 우주는 신비의 세계다.

육안이나 망원경 관측으로 볼 수 있는 태양계에도 아직 베일에 싸인게
수없이 많다.

천체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만 하더라도 하늘에 떠있는 별들의
움직임을 보고 길흉을 점쳤던게 일반화되어 있었다.

국가나 시대의 흥망성쇠, 인물이나 개인의 운명을 예측한 것이 그 주류다.

큰별이나 운성의 추락, 혜성의 출몰, 별자리의 급변동이 왕조의 흥망이
달린 큰일이나 병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때에는 모두가 근신을 하면서 별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신라 진덕여왕때 비담과 염종이 반란을 일으켜 김유신과 공방전을 벌이던
어느날 밤이었다.

큰별이 월성에 떨어졌다.

이는 여왕이 패망할 징조라 하여 반란군의 사기가 충천했다.

이에 김유신은 밤을 틈타 은밀히 허수아비에 연을 매달아 공중에 띄웠다.

그 모양이 별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과 같았다.

그 다음날 유성이 간밤에 하늘로 다시 올라갔다고 소문을 내자 김유신군의
사기가 되살아나 승리를 거뒀다.

조선조 현종은 "혜성이 밤마다 나타나 사라지지 않으니 이는 하늘이 우리
에게 경계를 하고자 함이다.

경들은 혜성이 사라질 때까지 근신하여 호의호식을 삼가도록 하라"고
명하기도 했다.

서양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

별이 떠오를 때 태어난 사람은 길하고 별이 질 때 태어난 사람은 흉하다고
믿었다.

또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면 누군가에게 불운이 닥칠 흉조라고 생각해
공포에 떨었다.

1066년 정복왕 윌리엄1세가 영국 침공을 준비하고 있을 때 혜성이
나타났다.

얼마뒤 색슨족의 해롤드왕이 윌리엄에게 패배하자 사람들은 당연하다는듯
머리를 끄덕였다.

옛날의 그러한 믿음이 오늘날 점성술에 담겨져 있지만 76년마다 지구를
찾아오는 혜성이 나타나고 땅위에 운석이 떨어져도 이제 그것으로 길흉을
판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2일 오후 6시부터 1시간동안 한국 남서쪽 하늘에는 달과 태양계의
8개 행성이 일렬로 늘어선 우주쇼가 연출되었다.

별들의 이 움직임을 점성가들이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