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한국무역협회 상임고문은 28일 무협과 중앙일보 공동주최로 열린
"경제난 이렇게 타개하자"는 주제의 강연을 경제4대 주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다음과같이 제시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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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 수록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고 사태를 추적하며 정책을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핵심세력이 정부내에 있어야 하는데 지난 4년9개월간
문제와 끈질기게 대결하는 관료집단을 볼 수 없었다.

문민정부하에서 경제부총리가 7번 바뀌고 그에 따른 하부인사 교체가
빈번해 행정이 공전하는 등 경제에 관한 지도력 약화와 행정의 불안정이
현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였다.

앞으로 정부의 일관성있는 지도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완화 문제의 경우에도 재계와 정부당국자도 규제의 정확한 실태를
모른 채 총론만 되풀이하면서 결국 지엽적인 절차간소화에 치중하는데
그쳤다.

실질적인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부칙을
총체적으로 파악, 이를 분야별, 목적별 코드를 부여해 컴퓨터에 입력해
전법령을 일목요연하게 검색함으로써 규제완화 문제를 푸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금융기관들은 융자의 리스크관리를 포기, 재벌들을 상대로 외형
확대에만전념하면서 기업집단과 금융의 유착을 야기했으며 대기업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대외신인도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됐다.

금융기관이 부실화된 원인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외국의 경우 금융기관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우리도 기업과금융의 유착을 법적으로 차단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활성화,
금융감독을 철저히하는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중앙은행과 감독기관의 독립유지는 오늘날의 공론이다.

금융행정은 한국은행에 맡기고 재경원은 경제정책 전반을 통괄 조정하는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반관반민의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 그 산하에
은행.보험.증권 등 3개 감독기능을 분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인원조정과 계열사통폐합, 증자, 재무상태
투명화등이 요구되는데 이는 단시일내에 실현되기 어렵다.

정부가 개입하기 보다는 은행이 융자와 관련해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조건부융자를 받는 것 처럼 은행도
기업에게 실행가능한 구조조정 계획을 요구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인수합병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할 것이다.

또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과거의 비리가 드러나 세무상의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나 과거의 비리는 기업만의
책임이아닌 만큼 특별조치를 취해 기업들로 하여금 심기일전해 새출발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노조는 명목임금을 결정할 수는 있으나 실질임금을결정할 수는 없다.

임금인상 원가인상 물가상승 구매력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동단체들이 한국경제가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숙고,
합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상태가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낙관적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금융권이 비상한 각오로 구조조정에 나섰고 기업재고가 줄면서
생산은 회복되고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우수한 인력과 진취적인기업인이 있는 한 한국경제를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