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대한.삼삼등 8개 종합금융사의 외환영업 부문을 은행에
강제합병키로 결정함에 따라 해당 종금사의 신용에 불안을 느낀 예금자들의
예금보호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치는등 정부의 급작스런 조치가
예금자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

실제 이들 종금사의 창구에는 지난19일 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직접 찾아와
예금을 빼가는 고객도 상당수에 이르는 등 자칫 예금인출 사태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우려감이 종금업게에 확산.

이에따라 종금사의 창구직원들은 외환영업 정지가 일반고객의 예금같은
원화영업과는 무관하다고 일일히 해명하느라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할 지경.

서울의 한 대형 종금사는 최근 구조조정설로 매일 1백억원씩 빠져 나가다
이날에는 이를 훨씬 웃도는 예금이 빠졌다고 하소연.

이 종금사의 경우 수신이 올 7월말 현재 8조3천4백억원에서 25일 현재
5조7천억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금인출에는 개인뿐 아니라 연기금 등 정부출연기관과 은행신탁 등
기관투자가들이 앞장선 것으로 전해져 논총을 받기도.

정부가 3년간 보증해 주기로 한 예금자보호대상에 기업어음(CP)이 빠짐에
따라 고객들의 중도환매요청이 쇄도하자 재경원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
하느라 허둥대는 모습.

<>.외환영업 양도라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한 타종금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내년 1월말까지 진행될 실사결과에 따라 3월까지 7~8개사의 강제통폐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IMF가 영업정지를 내릴 종금사를 직접 선정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통보했다는 루머가 도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완연.

이에따라 일부 종금사의 외환영업정지 조치가 자칫 종금업계 전체의 신용도
추락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

한 종금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대비 부실여신비율을 보면 은행보다 나은
종금사가 상당수"라며 "자사의 신용도는 괜찮다는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
고객에게 나눠 주고 있다"고 말하는 등 차별화에 부심하는 모습.

모 종금사 관계자는 "질질 끌어서는 업계 전체로 불안감을 확산시킬 것"
이라며 "이제는 부실 종금사를 빨리 정리하든지 정부가 시급히 대책을
내놓야 한다"고 강조.

<>.최근 정부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LG 한솔 금호 신세계 등 4개
대기업그룹 소속 종금사들은 스스로 자구에 나서 외환업무를 박탈당하는
치욕을 면했다는 평가.

재경원 관계자는 "경영개선명령대상에는 상습적으로 외환보유고를 축내는
8개 업체와 외환결제자금을 자력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한두차례 한은 신세를
진 4개 재벌계열 종금사가 포함됐다"고 설명.

이들 4개 종금사는 개선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그룹차원에서 외화자산의
기간불일치(미스매치)물에 대한 개선방안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인
반면 다른 8개업체는 외환부도 위기가 더욱 확대되는 등 "무대책"이었다는게
당국의 설명.

<>.은행들은 8개 종금사들의 외화자산 부채를 인수하게 된데 대해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부의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

은행들은 특히 대부분 외화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산 부채인수에
따른 소요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다.

따라서 외화자산 인수댓가로 정부가 장기외화자금을 공급해 줄 것으로 기대.

은행들은 선계약 후정산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자산가치
평가 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번 조치에서 상업은행이 제외된 것을 놓고 금융계에서는 향후의
은행간 합병구도 등과 연관짓는 등 갖가지 해석을 하고 있는데 상업은행은
자체 외화자산 매각작업이 순조롭지 않은 이유 때문이라고 해명.

< 오광진.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