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문턱에 선 요즘 신문지상에는 "97년 한해동안 2만 여명 일자리
잃어" "기업들 대규모 구조조정 실시"등 샐러리맨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기사들이 가끔씩 실리고 있다.

게다가 오를 줄 모르는 월급에는 아랑곳없이 천정부지로 뛰는 장바구니
물가, 교육비, 세금 등 만만치 않은 생활비의 부담은 샐러리맨들을 더욱
불안하고 기운 빠지게 만드는 듯하다.

경제불황과 기업의 잇따른 부도로 실직불안에 시달리는 오늘의
샐러리맨들은 개성을 중시하던 예전의 경향에서 벗어나 조직에 순응하는
태도가 늘고 있고, 가정에서도 가부장의 권위를 잃어가고 있는 등 어디에서도
예전의 당당했던 샐러리맨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듯 작아진 샐러리맨의 모습이지만 아직도 이들은 국가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여러 분야에서 소리없이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는 우리경제의
주춧돌이요,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으로 분명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해야 할 위치임에 틀림없다.

집안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든든한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족들은 큰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듯 위기에 봉착해 있는 우리경제도
수많은 샐러리맨들의 정열과 굳은 의지로 뭉칠 때 다시 "경제살리기"에
불을 댕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곧 사람이다"는 말처럼 사람의 중요성을 인식한 몇몇 기업에서는
어려운 내부환경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복리후생증진과 제안제도 활성화
등 근로의욕을 고취해 한층 나은 생산성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수세에 몰려서도 선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위기를 극복하면 반드시
다음 이닝에 득점찬스를 맞이하는 야구경기처럼 우리도 요즘과 같은 어려운
때일수록 힘없이 처져 있는 샐러리맨들의 기를 북돋워 다시한번 힘차게 함께
뛰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