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이 증시공항 사태로 번지고 있다.

구제금융을 신청한 첫날 종합주가지수가 20.64포인트나 폭락한데 이어
둘째날인 24일에도 34.79포인트나 폭락하며 10년여만에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400선도 안전지대는 아니며 바닥을 예측하는게 무의미하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공황심리"에 짓눌린 개인투자자들이 무조건 "팔고보자"며 투매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외국인들이 "사자"에 나서고 있으나 장세를 되돌려놓기엔 역부족이고
오히려 "좀더 두고보자"며 관망세로 바뀌고 있다.

"사자"는 사람을 찾기 힘든데 "팔자"물량만 쌓이는 "암흑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 주가 폭락 배경 =개인들의 투매가 주가를 크게 끌어내리고 있다.

"IMF 구제금융의 효과에 대해 긴가민가하던 개인들이 구제금융이 오히려
주가에 악영향을 줄수 있다는 증권전문가 분석과 언론보도를 보고 불안감에
휩싸여 내다팔고 있다"(이승용 동원증권 투자분석부장).

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연16대%로 치솟고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이 이같은 "공황심리"를 부채질했다.

신용융자비율이 높은 종목들은 주가하락에 따른 담보부족에 시달리며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속에 주가는 더욱 떨어졌다.

대형 D증권사의 경우 담보부족계좌가 지난 22일에 2천6백개에 달했고 24일
에는 3천5백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500선이 처음으로 무너졌던 지난 10월하순보다 훨씬 늘어난 수준이다.

<> 외국인 매수 지속 =외국인들은 국민은행 대우중공업 등 일부 우량
대형주를 사들였다.

전주말(3백37억원)에 이어 이날도 3백9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매수공백을
메우려 노력했으나 그 규모는 개인과 기관들의 매물공세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욱이 주가가 예상외로 폭락하면서는 "사자"주문을 취소하고 관망세로
돌아서는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매수여력이 거의 없는 기관들은 손을 놓은채 폭락장세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심초사했다.

구조조정의 풍파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과 종금은 물론 증권 투신들도
"순매수"는 언감생심이었다.

IMF의 강력한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칠텐데 위험자산인 주식을 사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 주가 얼마나 더 떨어질까 =주가전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태국과 멕시코 등에서 IMF 구제금융 이후 평균 20% 하락했다는 점을 내세워
400선까지 떨어질 것(박용선 선경경제연구소 조사실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자"세력이 없는데다 오름세를 타고 있는 회사채 수익률이 18%이상
으로 치솟을 경우 30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분석이다.

나인수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팀장은 "증시가 자체체력으로 오름세로 돌아설
자생력을 잃었다"며 "정부가 나서 연기금으로 하여금 개인매물을 받아주도록
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어떤 투자전략을 취해야 하나 =IMF의 "간섭"이 시작되면 보조금이나
관세 등으로 보호받던 기업들도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멀쩡하던 기업도 위험하게 되는 경우를 배제할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의
원천"이 어디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대차대조표(BS)를 중시해 구조조정을 거치더라도 살아남을만한
기업들을 발굴해야 한다"(강창희 대우증권 상무)라는 말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