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선 이라나이 (필요없다)족이 늘고 있어 화제다.

이라나이족은 중년층보다는 젊은층에서 더욱 늘고 있어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업계에 소비침체의 또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꼭 사고싶은 물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적었다.

"있긴하지만 이전보다는 적다" "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전혀
없다"는 응답이 66.4%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패션상품 책 등 모두에서 구매의욕이 줄어든 것이다.

꼭 보고싶은 TV프로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이것 저것이 모두 비슷하여
볼 마음이 안난다는 응답이 많았다.

일본자동차에 대해서도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아주 비판적이다.

이라나이족은 일종의 소비자 반란인 셈이다.

20대이하는 이라나이족이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30대도 68.5%나 된다.

40대 50대에도 그런 경향이 많지만 그들은 이미 갖고 싶은 것을 많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이처럼 이라나이족이 불어나는 것은 노후에 충분한 연금을 받을수 없어
지금부터 한푼이라도 저축해야 한다는 의식의 발로라고 한다.

또한 사회적 충동구매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진지하게
찾아보려는 행동양태의 변화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X세대들의 저축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20~30대 젊은 세대중 65%가 노후를 위해 또는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고 있다.

예금통장에 5만달러 (4천6백40만원)이상 들어있는 젊은이도 19%나 된다.

사회환경의 변화가 젊은층 저축열의 원인이다.

고용구조만 봐도 종래와 같은 정규직장은 줄어들고 임시고용직이 판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도 후퇴하는 경향이다.

국가만 믿고 있다가는 노후가 비참할 수밖에 없어 자기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전환이 저축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의 X세대는 어떤가.

불황을 모르는 10~20대라는 말까지 있다.

이들을 상대로 한 고가의 수입의류는 불황과 관계없이 잘 팔린다.

경제위기에 의식의 위기까지 겹친 느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