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법 처리문제로 시끄러웠던 14일 자금시장의 금리 고공행진이 여전히
이어지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높아만 갔다.

종금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예상이 더욱 구체화
되면서 장.단기금리 모두 급등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으로부터 달러화를 받아 종금사에 대출해주던 시중은행들도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외화자금을 대출해준 종금사가 만약 잘못될 경우 자신들이 그 책임을
떠맡을까 우려한 탓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종금사들에 대한 한은 외화자금 특융이 지난 13일
만기가 돌아오자 모두 하루짜리 오버나잇으로 돌려버렸다.

종금사로선 매일 조달해야 하는 자금규모가 그만큼 커지게 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매도 개입이 이어진데 힘입어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다.

<> 여전한 외화차입난 =산업 기업 수출입 등 국책은행들이 종금사와
시중은행의 외화자금난을 덜어주는데 활용했던 기업어음(CP) 발행이 완전
중단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간을 3개월 이상으로 해 줄테니 리보+2%의 금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책은행들의 CP 발행금리는 리보+0.4% 수준이었다.

은행간 신용을 토대로 자금대출이 이뤄지는 머니마켓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다.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일본계 은행들마저도 최근 국책은행에 대해 크레딧라인
(대출한도) 폐쇄를 시도, 결국 차입규모와 기간을 대폭 줄이는 선에서 간신히
마무리됐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중장기 차입은 물론 CP발행도 이미 중단돼 오버나잇
(하루짜리 외화 콜자금)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나 리보금리에 최고 3백bp(3%)
까지 가산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자금시장 경색 =현대 삼성 LG 등 초우량기업들도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1월은 자금비수기인데도 이들 3개 그룹이 14일 CP로 차입한 자금은 1천억원
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CP거래가 형성돼온 초우량기업의 CP 발행이 급증하면서 CP금리가
폭등하고 있다.

이날 3개월짜리 CP할인율은 연 15.45%로 전일보다 0.75%포인트 올라 작년
8월31일(연15.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금사 관계자는 "은행권의 당좌대출 소진율이 최근 37%까지 치솟은 것은
초우량기업도 당좌대출을 쓰고 있는 반증"이라며 "이도 모자라 교환 돌아오는
어음결제 자금 마련을 위해 CP차입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CP시장은 특히 종금사 자금난으로 더욱 경색되고 있다.

일부 서울소재 종금사 관계자는 "이날 만기도래하는 CP는 모두 결제를 요청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 일부에서 콜자금 공급 중단은 물론 달러를 팔지도 않아
자금회수 이외에는 자금을 확보할 수있는 길이 막혀있다"고 주장했다.

채권시장에서도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이 연 13.30%로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날 채권금리는 작년 8월12일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간 자금흐름을 대표하는 하루짜리 콜금리 역시 연 14.86%로 전일보다
0.36%포인트 오르면서 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휘청이는 종합금융사 =금융시장 혼란의 핵으로 등장한 종금사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의 30개 종합금융사가 최근 재경원에 제출한 외화차입금 현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종금사에 이달중 만기도래하는 외화차입금은 4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 12월중에만도 16억달러의 차입금이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홍콩 등 세계증시 폭락현상으로 종금사들이 외화차입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외화채권값이 급락,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회사별로 1백만~3천만달러
의 신규 외화수요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종금사가 하루하루 빌려 연명해가는 외화콜자금이 14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종금사 구조조정설로 종금사 불신이 확산되면서 일부 외국계
은행에 이어 국내 시중은행까지 일부 종금사들과의 외환거래를 중단, 달러를
사서 외화차입금을 결제해온 종금사들을 부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 박기호.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