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신경영이다.

경영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으므로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이 필요
하다는게 이 회장이 신경영론을 들고나온 배경이다.

초창기 신경영의 초점은 질경영에 맞춰졌다.

종래의 양적 성장추구에서 이제는 질적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는게 그
요지다.

여기서 말하는 질적 내실화는 이익중시 같은 경영상의 개념뿐 아니라
종업원 삶의 질 등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질경영에 이어 삼성은 요즘 스피드경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스피드 경영은 한마디로 제품개발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일체의 회사활동을
신속화하자는 것.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상황과 경제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전그룹 차원에서 프로세스 혁신(PI)을 추진중이고
삼성전관 등 일부회사에서는 이미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한발 앞서가는 경영을 추진해온 이 회장은 인재관도 독특하다.

인간미 창의력 국제감각을 중시하는 삼성의 "열린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열린 채용"제도 도입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평소 "삼성의 입사기준은 학력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강조했고
이를 학력폐지로 제도화한 것.

열린 인사는 비단 채용에서만 적용되는게 아니다.

"우수한 인재가 발전적 차원에서 회사를 떠나고자 할 때는 인재를 배출해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정신으로 보내 주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또 철저한 능력주의 신봉자다.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직급과 직책을 분리하라는 이 회장의 인사지침이
이를 대변한다.

"선진기업을 따라잡으려면 5%의 A급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든지 "실적이
뛰어난 임직원에겐 1천%도 좋고 2천%도 좋으니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
하라"는 지시도 이런 인재관에서 나왔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