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 <대구경북개발연 도시경영실장>

우리나라 직물산업은 지금 격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세계적인 화섬직물산지인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각 조합회원사와
영세하청업체들을 통틀어 4백여개업체가 쓰러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개발연대에 직물산업의 근대화와 합리화는 주로 혁신직기도입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정책이었다.

이는 외국바이어나 수출상사로부터 주문받은 범용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해주는 체제를 고착시켰다.

이런 비용(가격)에 의존한 공급체제는 더이상 존속할 수 없다.

우선 거대한 인도네시아와 중국 섬유산업의 급속한 발전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특히 염색가공분야에서
발빠르게 우리를 추적해오고 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13억 인구에게 옷을 입힌다"는 목표아래 섬유산업
현대화계획을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해외범용품시장에서 우리나라제품을 몰아내고 있다.

다음은 소비자욕구에 대한 신속대응체제(QRS)를 구축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직물산업의 부활이다.

선진국은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에 정보와 지식을 접합시켜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과정의 분절을 극복하고 빠르고 유연한 소비자중심의 통합된
공급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 직물산업이 21세기에 경쟁력을 갖추는 길은 완전히
새로운 공급체계를 짜는 것이어야한다.

먼저 업계의 의식과 작업방식이 변해야 한다.

원사와 제직, 제직과 염색가공, 봉제와 디자이너, 봉제와 유통 등의
관계는 과거와 달리 "윈-윈"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동해야 한다.

둘째 21세기에는 소비자 주도의 개방된 세계시장이 성별 지역 소득 연령
등에따라 차별화 입체화될 것이므로 이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체제로 원활히 재편되도록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물론 기술력과 기획력을 높이기위한 R&D협력체제의 구축, 속도와 유연성을
수용하고 이끌수있는 인재양성도 병행돼야 한다.

셋째 지구적차원에서 독자적인 유통망과 공급체제를 구축, 종래
외국바이어에 일방적으로 의존해온 공급체제에 유연성을 줘야한다.

넷째 섬유산지에 대한 배려다.

DRI보고서도 우리나라는 섬유산업중 경쟁력이 있는 화섬 및 합섬부문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이를 깨닫고 후쿠이 등 합섬산지를 중심으로 QRS구축
리소스센터운영 등 섬유산업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끝으로 정부는 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

섬유산지의 관련기관과 협력, 직물산업혁신을 위한 기반조성사업과
업종간 협력을 유도하는 구조개선사업을 주관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